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결 Sep 04. 2020

N개의 사랑, 폴리아모리

매일 글쓰기 D-4 with conceptzine

SNS의 여러 글들을 전전하다 우연히 홍승은이라는 사람을 알게 되었고, '폴리아모리'라는 단어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일대일이 정상으로 여겨지는 세상에서 일대다의 사랑도 존중받아야 한다고 말하는 그녀. 그녀가 말하는 사랑은 무엇일까 궁금해 그녀의 책 <두 명의 애인과 삽니다>를 구입했다.



1대 다의 관계가 존중받을 수 있는 관계라는 걸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읽어 내려가는 와중에도 내 안에 자리 잡아 있던 생각들과 저자의 생각이 자꾸 부딪혔고 마음이 불편해졌다. '에잇 이럴 거면 왜 읽어, 그냥 읽지 말자', '그래도 산 책이니 끝까지 읽어보자'가 계속 대립했다. 그러니 에너지 소모도 심해졌고, 아직 책은 반도 읽지 못한 상태다.


하지만 뭔가 찜찜하면서도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 단어들이 있었다. '비독점적인 관계' '평등' '대화' '합의' '그 사람 그대로를 존중해 주는 것'.


 나도 사람을 '내 것'으로 만들어 독점하는 것에 반대한다. 그 사람을 내 소유물처럼 생각하는 것이 싫다. 하지만 꼭 그것이 다자간의 사랑으로 발전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은 계속 들었다. 욕망을 조금만 제거할 수 있으면 저렇게 좋은 단어들이 1대 1 관계에서도 충분히 발휘되어 나에게도 세상의 기준에서도 아름다운 사랑일 수 있을 텐데 하는 생각.


그러다 갑자기 <아내가 결혼했다>라는 영화가 생각났다. 아주 예전에 봤던 기억, 보면서도 와 이게 현실 가능한가, 여주는 별나라의 사람, 이라는 생각을 하고 별 의미를 두지 않고 지나갔었는데(아마 영화에서나 가능한 이야기라고 여긴 듯) 검색을 하니 그 영화가 폴리아모리의 대표적인 영화라 한다.


다시 그 영화를 보니 책과 겹치는 내용이 많았다. 혹시 이거 책의 저자분을 모델로 한 건가 싶을 정도로. 대신 책에서의 첫 남자분은 그 관계를 만들기 전에 이미 저자 분과 많은 이야기를 나눈 것으로 나오고 영화의 주인공은 평범한 1대 1의 관계를 지향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그래서 자신의 아내가 그런 사람, 이라는 것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정말 힘겹게 그려진다. 반쯤 읽은 책이라도 책을 읽고 영화를 보니, 뭔가 내게 다르게 다가왔다. 저자가 말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 어렴풋이 알겠다는 느낌?


하지만 역시 너무 어렵다. 내 좁은 마음과 식견으론 아직은 이해하기 어려우니 지금의 나에겐 아, 저런 삶을 사는 사람도 있구나 정도로 끝내야할듯 하다. 



그렇다면, 나는 저 책을 계속 읽어야 하는 걸까? 그냥 이쯤에서 접어야 하는 걸까?

작가의 이전글 계획성 있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