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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Sep 06. 2020

소리로 열고 닫는 하루

시골에서 한 달 살기

6시, 닭들의 아침을 알리는 소리가 들린다.

아마 5시, 아니 4시 반? 언제부터 닭들이 꼬꼬댁 소리치는지 모르겠지만, 이곳에서의 생활은 꼬꼬댁 소리로 하루를 연다. 2층 다락방이라 그런가, 유달리 새소리, 풀벌레 소리 등 자연의 소리가 많이 들리는 것 같다.


닭들은 어쩜 그리도 있는 힘껏 울어대는지, 꼬~~ 끼오~~~~~하는 소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자꾸 들어올 때면 '저 녀석들 목은 괜찮은가?' 하는 걱정이 될 정도다. 그 소리는 7시 반 언저리쯤 멈춘다.



닭 소리가 멈추면, 잠시 고요해졌다가 인간의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아이들이 하나둘 깨어나고 부엌에서 달그락 거리는 소리로 우리 집 아침이 시작된다. '뭐 먹을래?' 묻는 소리, '많이 좀 먹어라', ;그거 먹어서 되겠나', '아이고 잘 먹네' 등등 음식 종류 선택부터 먹는 태도에 대한 평가까지 다양한 말들이 오간다. 나도 그땐 그 소리에 섞여있다.


매미 소리와 함께 아이들의 수영장 물놀이가 시작된다. 2층에 있으면 그 소리가 확장돼 더 크게 들린다. 물에서 헤엄치느라 첨벙 대는 소리, 뭐라 뭐라 이야기하면서 깔깔대는 소리, 풍덩, 하고 물속으로 뛰어내리는 소리, 사방으로 물 튀기는 소리. 더위를 참느라, 집중하느라, 애들 소리에 귀 기울이느라 하다 보면 어느새 오후가 훌쩍 지나가버린다.


모두가 잠든 밤, 어떻게든 일어나서 책상 앞에 앉으면, 여름의 밤이 무르익는 소리가 들린다. 못다 운 매미의 울음소리, 풀벌레 소리, 개구리 소리. 여러 소리가 한꺼번에 어우러져 여름밤의 베이스로 깔린다. 조금만 있으면 가을이 성큼 다가오리라.




가끔 우리 집에 있는 똥개 순돌이와 흑산이 가 늑대 울음소리를 낼 때도 있는데, 그땐 신기하게 마을에 있는 개들도 멍멍 짖으며 화답해준다. 대화하는 듯한, 이상한 느낌의 울음소리가 한동안 진행되기도 한다.





창밖으로 보이는 짙은 어둠 사이로 듬성듬성 백색 가로등과 풀벌레 소리. 소리로 가득 찬 시골에서의 여름이 지나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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