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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y 13. 2021

진짜 야구선수가 되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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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둘째의 꿈은 수시로 바뀌었다. 화가, 축구선수, 과학자, 가수, 수학자 등 여러 꿈들을 거쳐왔다. 어릴 적 꿈이라는 게 항시 변하는 거라 오냐 그러나, 맞장구만 쳐주며 흘려 넘겼었다.


어느 날 학교에서 돌아온 둘째가 자기 꿈을 야구 선수로 바꿨다고 했다. 내가 보기에 둘째가 야구선수로 꿈을 정한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휴일 날 가족들이 함께 했던 야구 놀이가 재밌었나 보다 생각했다. 그래서 이번에도 그냥 흘려듣기 신공을 발휘했다.


그렇게 며칠이 흘렀다. 아이는 내 폰에서 뭔가를 열심히 검색하더니 자신이 검색한 페이지를 나에게 쑥 내밀었다. 화면엔 야구 방망이가 나와있었다. 사고 싶다고 했다. 오잉? 가격이 뭐 이래 비싸, 안돼! 했더니 자신이 생일날 모아둔 용돈으로 사겠다고 한다. 2학년 아이가 하기에는 너무 비싼 야구 방망이였다. 그래서 또 구구절절 설명했다. 모아둔 돈을 헤프게 쓰면 나중에 진짜로 사고 싶은 걸 못 산다부터 이것저것 있는 것 없는 것 끌어모아 반대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아이는 강경했고 결국 그 야구방망이를 사고 말았다. 야구 방망이를 사고 나더니 갑자기 자기의 포지션은 포수라며 포수 글러브를 사야 한다고 했다. 그러더니 또 검색을 하기 시작했다. 검색해 오는 글러브마다 비싸도 너~무 비쌌고 그런 건 지금 네가 살게 아니라며 달랬다.


도서관에 가서도 야구 관련 책을 찾아와서 보고 집에서도 야구 관련 얘기만 했다. 이 아이 진짠가? 싶은 생각이 들 무렵, 동생에게 이 사태를 이야기하니, 주니어 야구단 같은 델 보내서 한번 해보는 게 안 낫겠냔 말을 했다. 그 말을 전해 들은 둘째는 이미 야구단에 들어간 아이처럼 굴었다. 그러면서 보채기 시작했다. 언제 들어갈 수 있냐고.


이리저리 검색하다 시 야구협회를 알게 됐다. 거기 문의를 하니 자세한 설명을 해 주셨다. 일단은 취미 야구단에 들어가서 체험을 해보고, 정식으로 야구 선수를 하려면 야구부가 있는 학교로 옮겨야 한다고 했다. 아.. 정말 둘째가 야구를 한다고 하면 정말 큰일이구나 하는 생각으로 머릿속이 복잡했다.


아이가 원하면 아이가 원하는 꿈을 응원해줄 생각은 진작부터 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응원하는 꿈에 '운동선수'라는 선택지는 없었다. 하지만 나의 아들들은 자꾸 그쪽으로 물꼬를 틀려고 한다. 막을 생각은 없지만, 열렬한 응원을 내가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최선은 다 해야겠지?


아이고. 그런데 벌써 한숨이 나온다.



포수 포즈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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