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모로 마음이 심란했다. 초등학교 5학년인 첫째는 정말 사춘기 시절을 지나고 있는지 내 말을 잘 듣질 않는다. 첫째는 오늘 아침 혼자 일찍 일어나더니 넷플릭스를 켜서 만화를 보고 있었다. 이제 그만 보고 어제 다 못한 숙제를 챙기라고 하니 들은 체도 안 했다. 자기가 본 게 끝이 나니 나를 보며 '엄마 이제 숙제 하자!'라고 하더라. 그 순간 화가 빡, 치미는 화를 꾸역꾸역 참으니 말이 이쁘게 나갈 리가 있나. 그렇게 또 첫째는 삐진 채 학교를 갔다.
첫째를 그렇게 보내고는 마음이 안 좋았다. 그래도 육아 관련 신청해 놓은 강의가 있어 오전에 강의를 들었다. 거기서 애들에게 어떻게 해야 한다, 설명해 주시는 말들을 열심히 머리에 새겨 넣으며, 오늘 아침의 일을 반성했다.
그런데 강의 끝나자마자 온 둘째한테 또 버럭 하는 나를 발견. 이건 뭐 강의 듣고 결심한 지 두 시간도 채 안된 시간이었다. 나는 왜 이렇지? 깊은 구렁텅이에 빠져 오후 시간을 허우적거렸다.
엄마 될 자격이 없는 나, 로 시작해서 다시 일터로 도망치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져 버렸다. 휴.. 나는 언제쯤 제대로 된 엄마 노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