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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y 20. 2021

어려운 엄마표 공부

매일 글쓰기

친한 언니가 개업한 부동산에 처음으로 찾아갔다. 가야지 가야지 하면서도 안되더니, 역시 실행은 우선 순위의 문제더라. 커피와 빵을 사들고 책을 몇 권 챙겼다. 예전부터 책과 자기 계발, 이런 쪽으로 통하던 언니였다.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도 비슷해 만나면 늘 그런 얘기를 주고받았었다.


언니는 회사에 다닐 동안 여러 가지 자격증을 따더니 결국 그만뒀다. 여러 직업을 전전하더니 결국 부동산을 개업했다. 언니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우리 둘째 이야기가 나오면서 엄마가 직접 아이를 가르치는 어려움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언니는 먼저 아이를 키워본 경험으로 단호하게 얘기했다. 아이는 엄마가 보기에 느릿하더라도 '아이에게 적정 시기'가 되면 다 하게 되어 있다고. 너무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이 요지였다.


수학을 할 때마다 나는 자주 인상을 찌푸렸고 아이를 구박했다. 같이 공부하기 전 수백 번 마음을 다잡아도 일단 같이 문제를 풀기 시작하면 다잡은 마음은 온데간데없이 저절로 인상은 구겨지고 말은 따발총이 되었다. 나의 그런 태도 때문에 아이는 나와 같이 문제는 푸는 동안 자신이 푸는 방법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고 내 눈치를 보고, 자신 없어했다. 그 시간이 즐겁지 않은 건 당연한 결과였고, 결국 나는 아이를 수학과 더 멀어지게 만들었다는 자책으로 괴로웠다.


수학이 인생의 전부는 아닌데. 왜 나는 아이의 찬란한 현재의 시간을 이렇게 주눅 들게 만드는가? 에 대한 답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결국은 내 욕심이란 걸 알았다. 아이의 성적표에 '상'이 아닌 다른 것이 쓰여있는 것이 싫은 내 욕심. 그걸 깨닫고는 '아이고, 아직 나도 한참 멀었구나. 나의 윽박지름은 아이를 위하는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던 차에 나눈 언니와의 대화는 내 생각을 더 확고히 해주었다. 내 욕심의 크기는 그만큼 더 줄어들었다.


오늘 아이와 마주 앉아 다시 수학을 푸는데, 아이의 속도를 인정하고 나니 '아니 왜 이렇게 느리지?'라는 말이 나왔던 자리에 '그렇지, 그렇게 천천히 하면 되지'가 나왔다. 아이가 잘한 부분을 칭찬해 주니 아이는 웃었다. 한 문제만 더 풀자, 하지 않고 계획했던 시간이 됐을 때 끝냈다. 다 하고 나서도 잘했다 잘했다 마음속으로 나 자신을 칭찬했다.


아이의 성적표에 어떤 단어가 적혀 있든, 엄마인 나는 그 성적표로 아이를 판단하면 안 된다. 그걸 알면서도 나는 두려웠다. 그렇게 못할 것 같아서. 하지만 이젠 조금 용기가 생겼다. 아이의 성적표가 아닌 아이의 가능성을 찾기로, 그래서 더 칭찬해주기로 스스로 다짐을 했으니까.


아이는 수학에 이어 피아노까지 나와 함께 하고 오늘의 공부를 끝냈다. 아이가 잘한 부분을 구체적으로 칭찬해주니 아이가 계속 웃었다. 그리곤 더 하고 싶어 했다. 그래 그거다. 계속 이렇게 한번 해보자!!



피아노 치는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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