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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Sep 09. 2020

감사

매일글쓰기 D-9 with conceptzine

감사는 내 삶에서 이미 받은 것, 내가 만나는 사람들을 통해서, 무엇보다 하느님의 은총을 통해서 날마다 받는 것을 잊지 않게 하는 내적 힘입니다. 감사는 과거를 붙들지 않습니다. 감사는 현재에서도 달아나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사는 과거를 지금으로 끌어들입니다. 지금을 달리 체험하도록 말이지요.

< 안셀름 그륀의 기적> p.235


우울에서 무기력으로 이어지는 시간을 가장 빨리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다가 '감사'라는 단어를 만났다. 아무리 우울의 원인에서 탈출하려고 노력해봐도 생각은 우울의 동그란 원 안에서만 머물 뿐 없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한 가지에서 빠져나오는 가장 빠른 방법은 생각을 다른 공간(소재)으로 옮기기, 라는 걸 어디서 본 기억이 났다.


감사는 현재에서도 달아나지 않고, 과거를 지금으로 끌어들인다. 지금을 달리 체험하도록.

그래서 지금 감사한 일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1. 오늘 하루도 아이들 옆에 있어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2. 밀린 과제가 많지만, 아직 시간이 남아 있음에 감사합니다.

3. 아무도 맞추지 않고 미뤄둬서 골칫덩어리이던 1000피스 퍼즐을 신랑이 집중해서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감사합니다.

4. 당근 마켓에 중고로 팔 물건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미적거리는 마음을 한걸음 옮겨놓았으니 이제 다른 것도 정리해서 올리기만 하면 됩니다. 감사합니다.

5. 우리 가족이 크게 아픈 것 없이 건강하게 지금의 시기를 보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6. 내 우울의 원인이 되는 사람을 보지 않을 수 있는 독립적인 공간, 우리 집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우리가 자신의 삶에 대해 감사할 때, 또 자신의 삶을 긍정할 때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사는 데 필요한 힘도 나누어 받을 수 있습니다.  < 안셀름 그륀의 기적> p.236


맞다. 현재의 나는 내 삶을 긍정하지 않고 있었다. 왜 이렇게 나는 바보같이 되는 게 없을까, 생각을 했다. 읽고 싶은 책도 한가득이고, 하고 싶은 것은 많은데 영 시간이 나지 않아 답답했다. 시간이 주어지더라도 그 시간을 알차게 보내지 못하는 내가 바보 같았다. 나를 긍정하지 못하니, 내게 일어나는 일들이, 내가 하는 일들이 다 불만투성이 일수 밖에.


하지만 나는 하지 못한 일보다, 그 하지 못한 일을 할 시간에 더 좋은 일들을 하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있고, 배고프다고 할 때 밥을 차려줄 수 있고, 간식을 먹고 싶다고 할 때 만들어줄 수 있다. 얼마나 하고 싶던 일들이었나. 아이들이 안기고 싶을 때 나에게 안길 수 있고, 집에서 빈둥거리고 싶을 때 집에 있을 수 있다. 내가 집에 있기 때문이다. 나는 지금 가장 중요한 일을 하고 있다는 것을 잊으면 안 된다.


지금의 나를 다시 깨달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나는 지금도 충분히 충만한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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