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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y 26. 2021

용이와 함께 하는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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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눈뜨자마자 용이가 잘 잤는지 살폈다. 6시였다. 용이는 일어나 놀고 있었다. 우리 집에 온 지 3일밖에 안됐는데 벌써 적응한 듯, 용이는 이리저리 뽈뽈 거리며 돌아다녔다. 바닥이 미끄러운지 뛰다가 뒹굴기도 하고, 바닥에 깔린 매트를 물어뜯기도 하고. 야~옹 소리를 내며 대변도 했다.


아, 건강해서 정말 감사합니다, 절로 감사의 기도가 나왔다. 용이를 데려온 첫날, 아이들의 고모로부터 들은 이야기 때문에 계속 걱정이 됐었다. 아기 고양이는 잘 죽는다고 했다. 이미 고양이를 두 마리나 키웠고, 지금도 3마리를 키우고 있어 경험자의 말을 무시할 수 없었다. 아기 때부터 키우는 건 힘들다고도. 그러니 마음을 너무 많이 주지 말라고 했다. 용이는 엄마에게 버림받은 고양이였다. 약한 새끼는 버리기도 한다고 들었다. 의사 선생님은 건강에 이상은 없는 것 같다고 했지만, 정밀 검사를 한 건 아니니 자꾸 그 말이 의심이 됐다.


하지만 우리 집에 온 지 3일 차 용이는 건강하게 살아있고 잘 먹고 잘 놀고 잘 싼다. 병원에서 처방받아온 안약을 꾸준히 넣었더니 눈병도 거의 없어졌고 열심히 닦아주니 털도 많이 깨끗해졌다. 어제오늘, 아이들을 보내고 아침의 일과처럼 용이를 닦았다. 군데군데 털이 뭉쳐져 있고 하얗게 굳은 뭔가가 있어 열심히 닦았더니 털이 빠지더라. 자기 몸이 닦이는 게 좋은지 용이는 연신 그렁그렁 소리를 냈다.


용이가 좋아서 안절부절못하는 오전 시간이 지나가면, 동생네 아이까지 우리 집에 들이닥친다. 우리 아파트 라인의 엘리베이터가 공사 중이라 18층까지 걸어 올라와야 하는데도 동생네 아이들은 용이가 보고 싶어서 굳이 18층을 매일 올라 온다.


오늘도 왁자지껄 용이와 신나게 놀다가 집에 갔다. 용이는 진짜 신나게 놀았는지 꿀잠을 자고 있다.


용이가 고양이라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고양이들은 원래 혼자 있는 걸 좋아하고, 연연해 하지 않는다고 하니 말이다. 앞으로 용이를 놔두고 집을 비우는 시간이 있더라도 용이는 잘 있겠지? CCTV라도 달아야 하나? 당분간은 혼자 놔둘 일은 없겠지만, 또 혼자서 애가 탄다. 도도한 우리 용이가 엄마의 이런 모습을 보면 웃겠지?


내품에 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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