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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y 27. 2021

할머니가 보낸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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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아기 고양이 용이는 활기찼다. 잘 자고 잘 먹고 잘 노는 아기. 고양이라서 그런지 혼자서 잘했고 혼자 있어도 낑낑대지 않았다. 내가 안 보이면 가끔 아주 가냘픈 소리로 '야옹~'해서 나를 부르는 소리구나, 짐작할 뿐. 혼자서 막 뛰어다니며 놀다가 지치면 혼자 잠들었다.


동물은 처음 키우는터라 걱정을 했었다. 아기니까 혼자 놔두면 안 되지 않을까 싶어 첫날은 한시도 눈을 떼지 않고 잘 때도 신랑이 데리고 잤다. 그런데 이젠 한 시간 정도는 혼자 둬도 안심이 되고 자기 전엔 용이에게 잘 자라 인사하고 들어간다.


어떻게 저렇게 귀여운 아가가 내게 왔을까?  요즘 약간의 공황 장애 전조 증상까지 올 정도로 정신적으로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었다. 그리 힘든 일이 없는데도 그랬다. 자꾸 눈치를 보고 스스로가 자신이 없어졌다.


너무 많은 걸 욕심내서 그런가 싶어 많은 걸 내려놓았다. 복직까지 남은 시간 동안 그냥 편하게 그 시간을 즐기자 생각했다. 그렇게 마음을 비우기 시작했을 때 용이가 찾아왔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가 없이 찾아왔는데도 용이의 존재가 부담스럽지 않았다. 나에겐 몸의 힘듦보다는 약한 생명 하나를 살렸다는 뿌듯함이 더 컸다. 그러니 힘든 줄을 모르겠더라. 내가 할 수 있는 선에서 좋은 일을 하는 것에 나는 힘을 얻는 타입이라는 걸 용이를 통해 새삼 깨달았다.


생명을 좌우하는 건 내 몫이 아니니 용이의 생사여부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기로 했다. 다만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했다. 어려움에 처한 생명을 모른척하지 않은 내가 조금은 괜찮아 보였다. 문득 할머니가 생각났다. 아마 하늘에 계신 할머니가 나 힘든 거 보기 짠해서, 용이를 통해서 나를 다시 한번 되돌아보고 용기를 내라고 보내주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할머니는 나 힘든 거 보기 싫으실 테니. 용이를 보내서 나를 격려하신 게 아닐까 하는 생각. 어쩐지 그런 생각이 드니 용이는 할머니의 선물 같았다.


복덩이 용이. 용이가 나에게 좋은 일을 많이 안겨준다. 용이 덕분에 가족 모두가 모여 이야기하는 시간도 늘었고 용이가 오고 나서 기분 좋은 일도 늘었다.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할머니 고마워요!! 용아, 우리 더 행복하게 잘 지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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