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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y 28. 2021

캠핑 와도 네가 보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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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고양이 용이가 우리 집에 온 이후 조그맣고 까만 물체는 다 용이로 보였다. 자다가 밖으로 나왔을 때, 나갔다가 들어왔을 때는 항상 용이부터 찾았다. '용아~'하고 부르며 이곳저곳을 둘러보다 헛다리 짚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다. 너무 작고 까매서 잘 보이지 않아서다.


어제저녁 성당 행사 때문에 잠시 나갔다가 돌아오니 둘째 표정이 별로 좋지 않다. 왜 그러냐고 하니 자기가 용이를 밟았단다. 용이가 힘이 있을 땐 하도 졸랑졸랑 돌아다녀서 내 발에도 몇 번 채였었다. 둘째도 가만있는 성격은 아니라 어쩌다 살짝 용이를 밟았고 용이의 비명에 둘째도 같이 놀랐던 것 같다.


용이는 괜찮냐고 물으니 괜찮은 것 같다고 했다. 용이를 찾아 괜찮은 걸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고 나서야 겁먹은 얼굴의 둘째가 보였다.


'윤이도 많이 놀랬지? 용이 괜찮은 거 같아. 그래도 다음부터는 진짜 조심하자' 하니 둘째가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그 뒤로 둘째는 몇 번을 용이에게 사과했는지 모른다. 자신이 직접 데려오고 이름도 지어준 둘째는 그만큼 용이에 대해 책임감을 느끼는 것 같았다. 둘째는  자기도 남자 동생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었는데 사람은 아니지만 자신에게도 돌봐줘야 할 동생이 생긴 거다. 물론 같이 공놀이는 못하겠지만.



오늘 용이를 시댁에 맡기고 캠핑을 왔다. 우리 아파트 엘리베이터 공사 때문에 자주 오르내리지 못해 주말엔 캠핑이나 가자며 미리 예약을 해뒀었다. 용이를 데려 올 수 없어 어쩌지 고민하다 예전에 고양이를 데리고 있던 경험이 있는 시댁이 생각났다. 흔쾌히 맡아 주신다고 해서 마음이 놓였다. 시댁에 도착하고 용이는 1분도 안돼서 그 집에 적응했다. 사람을 가리지 않고 호기심이 많은 굉장한 성격의 녀석이다. 나는 아랑곳 않고 혼자서 집 탐색하기에 나선 녀석에게 괜히 섭섭했다. 지금도 용이는 시아버지 무릎에서 잘 자고 있단다. 잘 적응해서 고맙지만 흥. 고 녀석. 하는 마음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여기서도 검은색 물체만 보이면 용인가? 하는 착각이 드는데 용이한테 심각하게 반했나 보다. 벌써 용이가 보고 싶네.



요 귀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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