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결 Oct 01. 2020

관계와 균형

매일글쓰기 D-31 with conceptzine

사람들 관계에 많이 서툰 나는, 그래서 가족이 다 모이는 명절이 힘들었다. 같은 자리에 있긴 하지만 함께 어울리지 못해 계속 피하고만 싶었던 시간.


하지만 피하고 싶어도 내가 살아가는 한 피할 수가 없음을 나이 40이 되어서야 깨닫는다. 피하고 피하다 막바지에 몰린 후의 깨달음이랄까.


사람 사이의 관계가 없다면 살아있는 이유도 별로 없단 생각이 드는 나는 관계지향적인 사람이란 걸  이제야 인정했다. 하지만 혼자 있어야 에너지를 채우는 내향형 인간이기도 하다. 그 둘의 균형점을 찾지 못하고 여태껏 방황한 거 같다.


이제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좀 더 깨닫고 사람들과 더 잘, 어울리고 싶다. 그 어울림엔 나의 엄마와의 관계도 있고 나의 시어머니와의 관계도 포함된다.




나는 신혼을 시댁에서 시작했다. 함께 사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도 몰랐기 때문에 가능했던 결정이었다,


신혼여행을 다녀와 처음 사무실에 출근한 날, 신랑과 같이 들어가려고 사무실에서 신랑을 기다렸는데 그때 가장 많이 들은 말이 '시부모님 밥 차려주러 안 가냐'는 거였다. 그 말이 듣기 싫어 사무실을 나와 버스를 타고 가는데 엄마랑 통화하면서 '내가 밥 차려주는 사람'이냐고 울었던 기억이 난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회에 인식되어 있던 시댁, 며느리, 여자의 일 등을 나도 모르게 내면화시켜 나를 힘들게 했다. 스스로 힘드니 시댁의 생활이 편했을 리 만무하다.


이제는 나를 힘들게 하는 건 그 누구도 아닌 나 자신이었음을 안다. 스스로 확고한 생각이 없으니 이 사람 하는 말에 휩쓸리고 저 사람 하는 말에 휩쓸리고.

그러니 나의 관계도 이 말 저 말에 따라 왔다갔다했다.





이제는 스스로 내 생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한다. 마음이 불편한 하나의 상황이 생기면 다른 사람 말에따라 왔다갔다 하지 않고 객관적으로 생각해보려고 노력한다. 그렇게 엄마와의 관계도 시어머니와의 관계도 조금 더 진실되고 깊어질 수 있게, 그래서 함께 행복할 수 있게.



나는 행복하게 살 자격이 있고,

그건 내가 만들어가는 것임을.

과거의 선택들이 잘못됐을지라도

지금 이 순간 옳은 선택으로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음을 믿는다.


작가의 이전글 엄마, 내 잘못이라고 하지 말아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