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은결 Oct 02. 2020

함께 쌓아가는 시간

매일글쓰기 D-32  with conceptzine

어제 늦게 잔 탓에 일어나기가 힘들었다. 오늘은 다 같이 등산하기로 한 날. 나가기 전까지도 갈까 말까를 망설였는데, 막상 나가고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 다행히 어제 잠을 잘 자지 못했던 신랑도 컨디션이 그리 나빠 보이진 았았다.


아이들과 함께 가는 탓에 등산코스를 난이도 하, 로 잡았다. 아이들이 처음 하는 등산인데 재밌는 기억으로 남게 해 줘야 또 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엄마는 오랜만에 산행에 들뜬 얼굴이었다. 원래도 말이 없는 편은 아니셨지만, 어떻게 저렇게 쉬지 않고 이야기하실 수 있지? 싶을 정도로 엄마의 이야기는 끝이 없었다.


어렸을 적, 산을 좋아하는 엄마와 산에 간 기억이 많다. 지금도 장이 약하지만, 그때도 그랬던 탓에 산에 오르기만 하면 배가 아팠다. 그걸 알고 있는 엄마는 나를 위해 휴지부터 챙기셨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다 큰 성인인데 산에서 몰래 응가를 할 순 없잖아요? '하고 생각했지만 장담하지 못하는 내가 우스웠다.


다행히 나의 장 상태는 괜찮았고, 정상까지 오르는 길은 잘 정비되어 힘들지 않았다. 정상에서 가장 가까운 코스에서 시작했기 때문에 1.5km 남짓을 올라가 897m인 자굴산 정상에 올랐다.


아이들 상태도 괜찮았다. ' 다들 이만하면 올라갈 만 한데?' 하는 눈빛을 발사했다. 자굴산 표지석 앞에서 단체 사진을 찍고 내려오는 코스를 의논했다. 여러 개를 검토했지만, 결론은 다시 차 있는 곳으로 돌아가는 것으로 결론을 내렸는데 다른 길로 내려가는 바람에 4km를 넘게 걸었다.


가도 가도 끝이 없는 길을 걷는데, 슬슬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양해를 구하고 나 혼자 빠른 걸음으로 걷는데 둘째가 따라붙었다. 그냥 가면 더 급해질 것 같아서 둘째와 같이 노래를 부르며 걸었는데 좀 괜찮아졌다가 다시 급해지는 롤러코스터를 타기 시작했다. 다행히 일정한 시간이 지나니 조금씩 괜찮아졌다. 마인드 컨트롤로 매너를 지킨 셈. ;;



내려와서 걸은 기록을 보니 6.6km를 걸었더라. 뿌듯했다. 오랜만의 산행에 엄마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이번 추석은 어쩐지 이걸로 효도를 한 느낌? 가족들과 함께한 또 하나의 시간을 만든 것 같아 기분이 좋다.



너무 이뻤던 야생화



작가의 이전글 관계와 균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