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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Oct 08. 2020

이상적인 삶

매일글쓰기 D-38  with conceptzine

아이들이 없던 시절, 나의 발은 땅을 단단히 딛지 못하고 둥둥 떠다녔다. 내가 왜 살아야 하는지 정확한 이유를 모르니 자주 우울했다. 그러다 결혼을 하고 바로 아이가 생겼다. 아이가 생기니 내 발이 땅에 붙더라. 한 명이 더 생기니 바닥을 딛는 내 발이 더욱 단단해졌다. 아이들은 나에게 그런 존재다. 내가 살아가는 이유.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아이들에게 목매는 그런 엄마는 아니다. 아이들이 소중한만큼 내 삶도 소중하다는 걸 알기 때문에. 다만 나를 현실로 이끌어준 우리 아이들이 내 삶의 중심축이 되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아직은 내가 필요한 시기니까.


오늘 엄마 집에서 집으로 돌아오기 전 머리가 너무 아팠다. 갑자기 결정된 외가 방문으로 너무 오래 차를 탄 탓도 있지만 집에 와서 아이들 씻기고 오늘 못한 온라인 과제를 하려면 내 일을 할 시간이 없다는 건 금방 계산이 되기 때문이었다.


할 과제가 잔뜩 쌓여있는 나로서는 여간 머리 아픈 일이 아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아이들이 엄마 없이 할머니 집에 하룻밤 더 자고 온다는 선언을 했다. 그 순간 머리 아픈 게 살짝 가셨는데, 좋다 하고 집으로 돌아오니, 집 안이 휑하다. 아이들이 없으니 뭘 해도 감질맛이 나질 않는다. (아이들이 있을 때 내 시간을 가지면 그게 그렇게 좋더니.)


신랑이 피곤하다며 일찍 잠들고 나니, 집안이 더 고요해졌다. 아이들이 보고 싶었다.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든다. 지금 아이들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시간에, 내 일 하느라고 아이들을 밀쳐내지 말고, 아이들에게 집중하면 안 될까? 아이들과 더 많은걸 함께 하는데 집중하면 안 될까?


그런데 또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할 일이 없어진 나는, 아이들에게 집중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게 자유시간이 주어지면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았는데, 자유시간이 주어진 지금 자꾸 흐트러지듯이, 내 일을 가지지 않고 있으면 아이들을 대하는 것도 생각만큼 안되지 않을까?



결국은, 균형. 내 일과 아이들과의 시간을 어떻게 조화롭게 꾸려나가는가, 인데. 아 정말 어렵구나. 이 균형이.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엔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고, 어떻게든 내 시간을 확보해서 그 시간엔 내 일에 최선을 다하는, 그런 이상적인 삶을 살고 싶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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