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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Oct 20. 2020

[동네 마실] 커피집

매일글쓰기 D-50  with conceptzine

우리 동네에는 유독 카페가 많다. 아파트가 밀집되어 있고 시내가 가까워서 인 듯. 그래서 나는 행복했다.


커피를 좋아하지만, 전문적이진 않아서 좋아하는 것에는 명함도 못 내밀 정도이지만 커피는 내 삼십 대의 희로애락을 함께 했고, 여전히 내 정다운 동무다.


내가 애정 하는 커피집이 한 군데 있지만 엄밀히 말하면 우리 동네의 범주엔 끼지 않으므로 그곳을 제쳐두고 최근 내가 즐겨 찾게 된 한 곳을 이야기하려 한다.




원래는 한 여자분이 운영하는 프랜차이즈 커피집이었다. 상가아파트 한켠에 올라앉아 있어 계단을 조금 올라야 했지만, 차분한 분위기가 맘에 들었다.


시댁(지금 살고 있는 우리 집과 같은 동네다)에 살 무렵 일을 끝내고 돌아오는 길에 그 카페에 들리곤 했다. 사무실에서의 소란스러웠던 마음을 진정시키고 엄마로 아내로 며느리로 돌아갈 시간이었으니까.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시간이었고 그 마중물의 시간에 내 곁에 있어준 고마운 카페였다.


시댁을 나오고 다른 동네로 이사한 후엔 거의 못 갔었는데 다시 돌아오니 다른 사람이 이어받아 계속 카페를 하고 있었다.



키가 멀대같이 크고 마른 청년인데 요즘 사람답지 않게 수더분한 인상이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겠다는 표정과 말투로 주문을 받고 결재를 하는데 커피가 맛있다. 최근 들어 우리 동네 커피집 중에 제일 맘에 드는 맛이다.


프랜차이즈 간판도 내리고 자신의 이름 약자를 간판으로 내세웠는데 직접 로스팅도 하는 듯, 여러 원두도 판매하고 있다.


착해 보이는 인상 덕분에 믿음이 가는 곳. 어쩐지 공간도 주인을 닮은 듯 한 곳이다.



오늘 잠시였지만 첫째와 이곳에서 데이트를 했다. 데이트를 목적으로 나선건 아니었는데 시간이 애매하게 걸쳐져 들어간 곳.


매장 안에 앉아서 먹는 건 오랜만이었는데, 첫째와 마주 앉아있으니 새삼스러웠다.


첫째가 내 폰을 가지고 노는 사이 멍하게 앉아 있다가 저 구석진 곳에서 혼자 커피 마시며 다이어리를 끄적이던 나를 만났다.


그때의 나도, 지금의 나도

행복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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