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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Oct 23. 2020

특별한 데이트

매일글쓰기 D-53  with conceptzine

결혼하고 시댁에서  5년을 살면서, 내가 감당할 무게가 아니구나 깨달았다. 어렵게 분가를 하고, 내가 다 책임져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았다.


늘 도망치고 싶던 곳이었는데 같이 살던 시간만큼 떨어져 사니까 시댁도 조금씩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아직 완전한 편안함은 아니지만 예전처럼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은 많이 덜어졌다.


그렇게 결혼하고 11년이 지나서야 어머니 스카프 하나 사드린다는 핑계로 어머니와 둘이 만났다.


우리 어머니는 정말 착한 사람이다. 결혼 전 잘 다니던 은행을 결혼과 함께 그만두고 고된 시집살이를 했다. 신랑의 할머니는 동네에서도 유명했다고 한다. 거기다 시아버지는 일에만 매진하던 사람이라 어머니는 많이 울었다고 했었다.


시집살이를 그대로 대물림 하지 않으시고 혼자서 살림도 업고 갔는데, 그런 좋은 어머니마저 같이 산 시간은 나를 힘들게 만들었다. 이제 조금 떨어져서 어머니를 보니 어머니의 좋은 점만 더 많이 보여서 지금, 나는 좋다. 분가를 참 잘했다고, 나를 먼저 챙기길 잘했다고 지금도 생각한다.


어머니 스카프도 하나, 옷도 하나 사드리고 맛있는 저녁도 먹었다. 주로 시아버지 흉과, 지금 일하고 계시는 어머니 병원의 이야기였지만, 같이 있는 시간은 유쾌했다.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이라도 어머니와 단둘이 시간을 가져야겠다고 생각했던 날.


모처럼 효도를 한 것 같았다. 신랑 어머니여서가 아니라, 나에게 고마운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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