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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r 06. 2021

똑같은 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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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홉 살 둘째의 생일날. 엄마 집에 와서 성대한 생일잔치를 했다. 나는 케이크와 미역국 재료만 준비했을 뿐 이벤트와 생일상의 대부분은 여동생과 제부가 마련했다.


이벤트를 좋아하는 부부였다. 아무리 좋아한다고 해도 그 이벤트가 자기 가족에만 그치지 않고 다른 사람에까지 적용이 되는 건 그 사람들 마음이 따뜻해서 일 거다. 제부와 여동생에게 고마웠다. 둘이 아니었으면 케이크에 촛불만 불고 끝났을 생일이었는데.


이번 생일의 이벤트는 현금 총이었다. 총을 쏘으면 현금이 다다다다 나오는. 여동생은 그걸 발견하곤 미리 인터넷에서  주문하고 천 원짜리로 뭉텅이 돈을 마련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았다.


주변 사람들을 알뜰히 챙기고 배려하는 제부와, 눈치  없고 배려에도 서툰 신랑을 비교하고 한탄하느라 늘 내 머리는 분주했는데, 이번 아이의 생일엔 신랑과 비슷한 내가 보였다. 나도 신랑과 그리 다를 바가 없구나.


그렇다면 나는 그들과 비슷해질 수 있을까?

이벤트를 계획하고 준비하고 실행하는 생각만 했을 뿐인데 그것만으로도 피곤해졌다. 성향이 다른 거지 마음이 부족한 건 아니겠지?  내 마음이 그들 마음보다 우리 둘째를 생각하는 마음이 덜해서 그런 건 확실히 아니라고 생각한다. 성향의 차이일 뿐.


그렇게 본다면 나는 우리 신랑을 제부와 비교해가며 왜 저럴까 생각할 필요가 전혀 없는 것이다. 마음이 덜한 건 아니니까.


하지만 뭔가 자꾸 부족하단 생각이 드는 건 우리에겐 노력을 요하는 무언가가, 더 필요하다는 말이겠지?


신랑과 나의 강점은 무엇일까?  우리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또는 동생네 아이들이 좋아하는 어떤 것을 제공해줄 수 있을까?


우리에겐 뭐가 필요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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