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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r 07. 2021

시골에서의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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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에는 그냥 가만히 있어도 이뤄지는 건 없다. 스스로 움직여야만 누릴 수 있는 것들.


아침부터 분주했다. 표고버섯을 키우겠다고 미리 나무를 준비해둔 엄마는 사위들을 데리고 종균 심기를 하고, 아이들도 시간당 아르바이트비를 쳐준다는 얘기에 솔깃해서 땅을 판다. 씨앗을 심기 위해 땅을 고르는 시간.


나는 점심을 준비하기 위해 아궁이에 불을 때고 있다. 아궁이에 불이 꺼지지 않게 하는 게 쉬운 일이 아니구나. 공기가 들어갈 틈을 주기 위해 장작을 얼기설기 놓아야 하고, 중간중간 종이를 넣어 불이 잘 붙게 해줘야 한다. 아궁이에 불을 붙여놓고 닭을 씻었다. 점심 메뉴는 닭백숙.


먹긴 잘 먹는데 잘 만지지 못하는 게 있다. 닭, 생선... 형태가 고스란히 갖춰져 있는 것들. 엄마가 된 지 11년 차, 주부 모드 5년 차인데도 그렇다. 모두가 바빴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던 내가 닭을 씻어야 했으므로 눈을 질근 감았다. 고무장갑을 꼈는데도 그 형태와 질감이 고스란히 느껴져서 곤욕스러웠다. 엄마야~를 얼마나 외쳤는지 모르겠다.


다행히 닭백숙은 맛있게 되었고, 점심을 먹고 나니 설거지가 한가득. 예전에 대가족 시절엔 정말 어떻게 살았을까 싶다. 돌아서면 밥해야 하고, 밥 먹으면 치워야 하고, 또 밥해야 하고. 오늘은 기름진 걸 먹어서 더 설거지가 힘들었다. 이런 건 주말 한 번으로 족하지, 계속되는 일상이었으면 나는 못 산다, 생각하며 설거지까지 종료.


엄마가 내려주는 드립 커피를 먹으며 엄마 집의 1박 2일을 마무리했다.


니어링 부부 책을 읽으며 전원생활을 꿈꿨었는데, 점점 시골에서 살기의 환상이 걷어지고 있다. 엄마 집에 갈 때마다, 조금씩 조금씩 현실 파악 중.


그래도, 꽃피면 좋고 산의 푸르름도 좋고 숨 크게 들이쉬면 알싸한 공기가 좋고. 엄마도 그래서 시골생활을 하는 거겠지?


그래도 아궁이 앞은 따뜻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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