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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r 08. 2021

몸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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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1시. 둘째가 학교에서 돌아왔다. 둘째는 아직 초등학교 2학년이지만, 5학년이 된 첫째의 영향으로 요즘 '학습의지'가 불타오르고 있다. 문제는 아이들은 아무 생각 없는데 혼자서만 불탄다는 것. 첫째는 하자하면 거의 따라오지만 둘째는 내 말이 귀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튕겨나가는 게 느껴질 정도의 천방지축이라 문제집 한 장만 풀자는 엄마의 애원에도 아랑곳없다.


이대로 있으면 내 기분에 애 잡을 것 같아,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마침 첫째가 돌아오려면 시간이 좀 남아있어 자전거 타고 한 바퀴 돌아도 될 것 같았다.


둘째와 둘이서만 자전거를 타러 나간 게 처음인 것 같다. 네발 자전거를 타는 아기였을 때야 내가 데리고 나갔던 적이 있겠지만, 22인치 자전거를 완벽하게 탈 정도로 둘째는 컸다. 어디를 가고 싶냐고 물으니 운동장에 있는 인라인장에 가고 싶다고 했다. 걸어서 15분 거리. 자전거로 가도 그리 나쁘지 않은 길이다.


오늘부터 최대한 운동시간을 가지자고 결심했던 터라 아, 시간 벌었다 싶었다. 어차피 둘째와 둘이 있으면 내가 하고 싶은 것도 못할뿐더러, 집에 있었으면 계속 치대는 둘째한테 기진맥진했을 텐데. 이렇게 자전거를 타고 밖으로 나오니 싸울 일도 없고 운동도 되고 기분도 좋고. 일석삼조네.


자전거 기어를 올리고 최대한 운동이 될 수 있도록 발을 굴렸다. 미세먼지는 별로였지만 햇살이 좋아 기분이 더 좋아졌다. 바람을 가르며 슝 달리는 느낌도 오랜만이었다. 역시 몸을 쓰길 잘했다. 둘째도 기분이 좋은지 연신 싱글벙글했다.




나는 움직이기보다는 가만히 앉아서 책을 읽거나 끄적이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다. 머리는 늘 포화상태로 "배우고 때때로 그것을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않은가?"라는 공자 말씀에 충실하지 못한 삶이었다. 몸은 한 곳에 가만히 있는데 머릿속은 이미 청소도 하고 빨래도 하고 봉사도 하고 다른 사람을 가르치기도 하고 있으니 생각이 있는 곳에 몸이 있지 못하는 불균형을 많이 경험했다.


몸챙김은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머무르는 것'을 말합니다. 몸이 식탁에 있으면 음식을 먹는 것에 마음이 가 있고, 몸이 걷고 있을 때에는 걷는 것에 마음이 가 있고, 몸이 책상 앞에서 일을 할 때에는 그 일 속에 머무를 때 그 마음이 건강한 마음입니다. 몸이 있는 곳에 마음이 있어야 우리는 '깨끗한 시간'을 보낼 수 있습니다.
<이제 몸을 챙깁니다> p.67

오늘 자전거를 타면서 내 마음은 자전거와 함께 있었고, 아이와 함께 있었다. 깨끗한 시간을 직접 체험한 시간. 이제는 어떻게든 시간을 내어 몸을 쓸 것이다. 정신과 육신의 균형이 잡힌 삶. 그러기 위해 나는 나의 몸에 따뜻한 주의를 기울일 것이고 종국에는 몸이 허락하는 적정체중을 찾고 건강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 꺼라는 것이 이 이야기의 끝!



기분좋았던 라이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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