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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r 13. 2021

마흔이 넘어도 잘 모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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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부터 시작되는 필사 모임의 책은 '스몰 스텝'이다. 하루 10분, 나를 발견하는 시간 이란 부제와 심플한 책 표지만 보았을 뿐 아직 내용을 읽지 않았다. 모임을 주관하시는 분의 요청 때문이었다. '조금씩, 꾸준히, 아주 작은 실천으로 시작하는 나다운 하루' 표지 아래에 적힌 문구가 너무 마음에 든다. 그래,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아침 7시, 줌으로 필사 모임을 같이하는 분들과 만났다. 필사 키트에 포함되어 있던 습관 노트를 펼치고 리더가 안내하는 대로 하나하나 적어나갔다. 첫 번째는 자신의 평일 하루를 적어보는 것이었다. 자신의 하루를 시간별로 적어보고 바꿨으면 하는 시간이 있는지를 알아보는 시간.


'아, 이건 얼마 전 하루 계획 세울 때 해봤으니'하며 적어내려 가는데, 자꾸 실제 행했던 시간이 아닌 계획의 시간이 적히는 걸 발견했다. 그곳에 적힌 시간들 중 실제 내 시간은 얼마 없었다. 반듯한 계획을 적었지만 실제 살아내는 시간은 뒤죽박죽이었다. 인격이 하나가 아닌 셋이 있으니 당연한 거였다. 아이들이 내 마음대로 움직여주는 건 아니고 아이들과 함께 있는 시간은 실제적인 내 시간이 아니니까.


그럼,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만 생각해보자, 하고 시간을 쭈욱 훑었는데 별로 없다. 아이들이 학교 가있는 오전 두 시간. 아이들이 태권도 가는 오후 한 시간.

하루 세 시간. 그 시간에 나는 무얼 하고 싶은 걸까?


사실 벌여 놓은 일이 많아 해야 할 것은 많다. 하지만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의 경계가 모호하다. 하고 싶은 것이라 시작했는데 해야 할 일이 되어버린 것들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말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었을까?


예전에 애니어그램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어떤 유형이 나왔었는지는 잊어버렸는데, 상담을 하시는 분이 예상했던 유형이 아닌데 그런 유형이 나왔다며 놀라워하셨다. 커오면서 그렇게 만들어진 사람 같다고.


만들어진 사람. 어쩌면 그래서 나는 아직도 헤매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마흔이 넘어도, 나는 나 자신을 잘 모르겠다. 나답게 살자고, 더 이상 욕심부리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해도, 나답게 사는 것이 어떤 건지, 모르겠다.


이번 필사 모임에서 나는, 진짜 나를 발견할 수 있을까?.. 진짜 나를 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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