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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r 22. 2021

이젠엄마 편이되어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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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아빠는 시골에 터를 닦아 집을 지어 귀촌하셨다. 집 앞마당에는 작은 텃밭과 저수지가 있고 집 뒤로는 바로 등산로가 있는 산이다. 터를 닦은 집터에 집을 나란히 3개를 지었는데, 집을 마주 보고 왼쪽이 막내 삼촌 집, 가운데가 친한 아저씨네 집, 오른쪽 끝이 우리 집이다.


막내 삼촌네가 어떻게 거기 같이 살겠다고 했는지는 잘 모르겠으나, 엄마는 숙모들 중에 막내 숙모를 제일 편하게 생각하셨고, 좋아했다. 그래서 그렇게 할 수 있었겠지?


마을과는 조금 동떨어진 위쪽에 자리한 집이라, 세 집은 거의 한가족처럼 지낸다. 서로가 서로의 집을 돌봐주고, 어디 나갈 때 무언가를 사 오기를 부탁하기도 한다. 우리 집을 제외한 두 집은 아직 현직에 있는터라, 주말에만 세 집이 복작거린다.


맏며느리인 엄마는 가족을 챙기는 습관을 버리지 못하고, 막내 삼촌네가 오시면 막내 삼촌네의 밥을 그렇게 신경을 쓰는데, 막내 삼촌은 막내답게 뭔가를 같이 하는데 관심이 없는 분이라 엄마가 자주 마음이 상하곤 했다. 엄마는 늘 삼촌네로 안테나를 세우고 있는데 삼촌네는 그것과는 상관없이 자유롭게 밥도 드시고, 읍내 나갈 때도 목욕탕을 갈 때도 가고 싶을 때 쏠랑 가버리니, 엄마는 그런 게 늘 불만이셨다.


몸이 안 좋은 아빠를 목욕 탕갈 때 모시고 가면 얼마나 좋겠냐, 저녁을 먹을 때 같이 한 숟갈 뜨면 얼마나 좋냐. 등등. 거기다 입도 짧고 먹는 것도 많이 가리는 삼촌은 밥을 같이 먹을 때도 맛이 어떻니 저떻니 해서 엄마 마음을 상하게 할 때가 많다고 했다.


엄마의 말들을 들으면서, 동생과 나의 공통적인 생각은, 엄마가 함께 하고 싶은 마음을 조금 거두고, 편하게 바라봤으면 하는 거였다. 삼촌네 밥도 그렇게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해라고 누누이 얘기해도 엄마는 그게 잘 안 되는 모양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리가 갔을 때 저녁을 함께 먹은 적이 있었다. 그 날 엄마는 여러 가지 일로 신경을 써서 좀 피곤한 상태였는데, 밥을 다 먹은 삼촌이 "이 집에 커피는 없습니까?"라고 했다. 밥 먹은 뒤에 그냥 편한 게 그런 말을 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 말을 들은 엄마가 단박에 "나 커피까지는 못해줍니다. 커피는 알아서 드세요!"라며 조금 쌀쌀한 말투로 얘기하는 거였다.


순간 분위기가 싸해지고, 막내 숙모가 웃으며 '커피는 셀프예요'라고 '에이 자기는 밥 맛있게 먹었으면 됐지 커피까지 달라하냐'며 분위기를 수습했다. 그러고 나서 동생과 나는 또 뒤에서 '아니 엄마는 그렇게 대답할게 뭐 있냐!! 그냥 웃으면서 그럼 삼촌이 커피 좀 내려주세요 하면 될 것을'하고 구시렁댔다.


그랬는데. 그런 일이 있고 며칠이 지난 뒤 동생이 갑자기, "언니야, 그날 있잖아. 삼촌이 커피 달라고 헀던날.. 그날 '아니 삼촌은 눈치 없게 밥 해줬으면 자기가 알아서 커피를 내려온든가, 커피를 달라고 하면 되나?' 하며 삼촌의 눈치 없음을 뭐라 하는 게 맞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 하는 거였다.


순간, 어.. 그래, 우리는 왜 자꾸 엄마 탓을 한 걸까? 했다.

사실 이런 일이 있으면 늘 엄마가 좀 더 지혜롭게 행동했으면, 하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엄마 편을 들어줬어야 했는데,.. 모든 상황들에 초점이 엄마의 부족함에 맞춰져 있지 않았나,

우리 엄만데. 우리가 편이 되어줘야 했는데.


동생과 나는 그 얘기를 나누고, 앞으로는 엄마의 입장에서 더 생각하자고 생각했다.

엄마라면 이래야 한다, 라는 고정관념에 빠져, 늘 엄마 탓만 한 나를 반성한 시간.

미안해요 엄마.



꽃을 좋아하는 소녀소녀한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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