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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Mar 23. 2021

뾰족하게 살고 싶어

매일 글쓰기

코로나 이후 중단되었던 노래 연습이 시작되었다. 모여서 앞으로의 일들을 의논하는데, 앞으로의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다시 스멀스멀 기어올랐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게 많고, 어느 정도까지는 무리 없이 따라갈 수 있는 재능 때문에 많은 일을 벌여왔다. 글도 쓰고 싶고, 그림도 그리고 싶고, 노래도 부르고 싶고. 다른 공부도 더 하고 싶고, 책도 많이 읽고 싶고. 하고 싶은 게 많아서 늘 포화상태에서 살아온 나.


당연히 어느 것 하나 뛰어나게 잘하는 게 없는 바쁜 사람이 되었다. 그냥 이 정도까지만.이라고 생각해야 할 수 있는 일들이었다. 이렇게 살아왔으니 관성이 되어 그게 잘못된 것인 줄도 모르고 나 자신을 또렷하게 들여다보지 않은 채로 두루뭉술 살아온 삶.


요즘 그런 삶에 자꾸 브레이크가 걸린다. 나답게 살고 싶은 진짜 욕구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뚜렷이 알고, 최소한 그것을 위해 스스로에게만은 '완벽'을 향해 노력을 기울일 수 있는 삶을 살고 싶다. 내가 할 수 있는 만큼은 뾰족하게 들어가고 싶은 거다.


어떤 것에 대해 집요하게 파고드는 것에 대해 '피곤하다'라고 생각했었다는 사실을 어제 뚜렷이 알게 되었다. 사실 내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조차 명확하지 않았다. 그런데 어제 대화 도중에 '코이노니아'라는 노래를 부른 임선혜라는 사람에 대해 얘기가 나왔고, 그 사람은 자신이 생각하는 느낌을 표현을 완벽하게 표현하기 위해 엄청 노력한 것 같다, 라는 말을 들었다.


그와 동시에 내 입에서 '피곤하게 사네'라는 말이 튀어나왔고, 그런 말을 한 나 자신에게 화들짝 놀랐다. 내 말을 들은 한 사람이 '음악을 하는 사람이면 최소한 자기 자신이 노래로 표현하는 것에 '스스로에게만은 완벽'을 추구해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말을 했다.


'완벽'하게 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는 것을 '피곤한 일'이라 생각하는 나 자신을 처음 발견했다. 부끄러웠다. 잘하고 싶다는 생각만 하면서, 설렁설렁 되는대로, 살아온 거다.


노래로 나를 표현하기 위해 '스스로에게 완벽'을 추구하자, 라는 목표를 세우기 전에, 나는 정말 그 정도로 노래가 하고 싶은가를 먼저 생각해야 한다. 나의 능력으로 여러 가지를 완벽하게 하기는 어렵다는 것을 이제는 알기 때문이다.


그냥 이대로 사는 것도, 다른 삶을 선택하는 것도 모두 내 삶이나,

나는 이제 뾰족해지고 싶다.


진짜 나를 찾아, 진짜 나답게 살아가고 싶다. 그러면 지금, 무얼 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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