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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Apr 03. 2021

평범한 결혼생활

매일 글쓰기

오랜만에 임경선 님의 글을 읽었다. <태도에 대하여> 등의 에세이를 읽을 때 들었던 단단한 느낌이 이 책에도 배어 있었다. 누가 뭐라 해도 내 길을 간다! 이런 느낌?. 작가님의 그런 강단이 좋았다.


여느 결혼생활이 그렇듯, 풋 하고 웃어버리는 장면들이 있는데, 이 책에서도 그런 내용들이 여럿 나와 아이들은 내가 무슨 재밌는 걸 하는 줄 알고 '엄마 뭐가 그리 웃긴데?'하고 여러 번 물었다.


신랑과 나도 정말 '다른' 사람이지만, 작가님도 그러한 듯. 이 책 속에서 우리의 모습을 많이 보고 우리를 돌아보게 되었다.


그 사람의 작은 단점 열 가지에도 내가 그 사람을 견디고 여전히 그의 곁에 머무르고 있다면, 아마도 그 사람은 내가 평소에 의식하지 못하는 아주 커다란 장점 하나를 가지고 있을 거예요. p.11


아마 모든 부부들이 그런 '의식하지 못하는 상대방의 커다란 장점 하나' 때문에 사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것 때문에 사랑을 시작했겠지만 결혼 11년 차의 나를 묶고 있는 우리 신랑이 커다란 장점은, '믿음'이 아닐까. 안 좋은 생각이 들 상황이 있어도 '그 사람이 그럴 리 없다'는 믿음.


사실 그런 믿음이 커질수록 혹시나 나중에 내가 가진 믿음과 반하는 일이 발생한다면 배신감이 클 수도 있지만, 그건 또 그때 가서 생각하면 된다며, 나는 나의 나약한 믿음을 대변한다. 그런 안 좋은 직감이 드는 때가 아주 가끔 있다. 그래도 이래 저래 믿고 넘어가는 걸 보면, 나는 우리 신랑의 아주 많은 단점을 합친 거보다 그 하나의 장점을 더 크게 보는 게 틀림없다.


균형이란 부담의 비중이 시소처럼 그때그때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더라도 그에 대해 부당하다는 감각을 느끼지 않는 상태다. p.114


부당하다고 느끼지 않는 상태. 나는 결혼하고 오랜 시간 부당하다고 느꼈었다. 부담의 비중이 늘 내가 쏠려 있었으므로. 이제는 조금 균형이 잡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결혼 11년 차, 눈빛 레이저를 얼마나 쏘았는지. 얼마나 많이 하소연을 했는지. 그래도 집에 정말 잘하는 우리 제부를 보면 한참 멀었지만. 비교하지 말아야겠지?



'정말 중요한 문제'는 적당히 피하면서 사는 것도 인간이 가진 지혜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결혼이란 뭘까, 부부란 뭘까, 행복이란 뭘까, 같은 것들을 정색하고 헤아리려고 골몰한다거나, 100퍼센트의 진심이나 진실 따위를 지금 당장 서로에게 에누리 없이 부딪쳐서 어떤 결론을 얻으려고 한다면, 우리 모두는 대개 실패할 것이라는 뜻이다. p.127


정말 공감한 문장. 적당히 모른척하면서 적당히 이해해주면서, 그렇게 그냥 어깨에 조금 기대면서 살자! 생각하는 밤. 그는 나의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완벽한 신이 아니고, 반대로 나도 그러하므로.


말미에 작가님은 '결혼 이야기'와 '레볼루셔너리 로드'를 보고 이 책을 쓰게 되었다는데, 내가 나의 결혼생활에 대한 글을 쓴다면, 이 책 덕분이 아닐까?


이제는 꽃 길만 걸읍시다!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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