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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은결 Apr 02. 2021

둘째 요놈 요고

매일 글쓰기

아침에 책상에 펼쳐놓은 아이의 일기를 보다가 쿡쿡 웃었다. 아이의 일기에는 일기 쓰기의 즐거움과 괴로움이 그대로 묻어나 있었다. 공책을 사러 갔다가 일기장(공책 일기장)이 맘에 들었는지 집어 들어서 '그거 사면 매일 일기 써야 된다~' 했는데도 알겠다며 사 온 일기장이었다.


어제 첫째가 새로 학습지를 시작했는데 하필이면 시작한 첫날 첫째의 몸이 안 좋아서 진단 테스트만 받아보자며 어르고 있을 때였다. 형이 공부를 하면 자신도 뭔가를 해야 한다는 걸 아는 둘째는, 그 시간에 그냥 책 읽으면 안 돼? 하길래, 안된다고 단호하게 말했었다. '일기 쓰기' 아니면 '문제집 풀기' 둘 중에 하나를 하라고.(책 읽기가 제일 거부감 없이 잘하는 거다. 그냥 책도 아니고 '학습만화'. 꼭 공부하는 시간이 아니더라도 수시로 보기도 하고.)


아이는 정말 하기 싫은지 몸을 배배 꼬다가 한숨을 쉬다가 하더니, 그래도 '문제집 풀기'보다는 '일기 쓰기'가 나은지 몇 자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첫째가 열이 오르기 시작해 학습을 중단하고 방으로 들어가고 둘째에게도 그만하고 들어가자고 했다. 두세 글자 적을까 말까 하던 아이는 냉큼 따라 들어왔다.


하지만 둘째에게는 '라면 먹기'라는 게 남아있었는데 저녁을 라면으로 먹고 싶다는 아이에게 형이 몸이 안 좋으니 라면은 저녁에 배고프면 먹자,라고 말한 게 화근이었다. 그걸 기억하고 기대하던 아이는 형이 아파서 그냥 자야 한다니 입이 산처럼 튀어나와서는 혼자서 끙끙거렸다. 그걸 보다 못한 첫째가 둘째만 라면을 먹으라고 허락했다.


형의 처지를 배려하지 않는 둘째가 얄미워서 라면을 끓이는 동안 일기를 쓰라고 했더니 써놓은 일기.



아이고 아가야. 요놈은 언제 철들까.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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