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책을 세워야 한다.
더운 여름에 뜨거운 불판 위 고기가 끌리지 않는 건 어쩌면 당연할 수 있다.
그래서 엄마는 여름 메뉴를 구상했고, 밀면과 냉면을 출시했다. 다행히 여름 특선메뉴로 점심 장사를 이끌 순 있었고 7월은 무사히 버텨냈다.
그런데 이걸 어쩌나? 8월부터 다시 매출이 뚝뚝 떨어지면서 장사를 하는 게 의미가 없어질 정도였다. 차라리 운영을 그만두고, 식당 월세를 그대로 내는 채로 다른 일을 하는 게 나은 수준이었다.
그동안 고깃집을 운영하며 엄마는 포기하고 싶어 했다. 생각보다 너무 힘든 일이었다.
엄마는 오전 6시에 일어나 재료를 사고 식당으로 가서 재료 손질, 식당 청소, 음식 준비 등을 하며 점심 장사 준비를 한다. 쪼그려 앉아 양파를 까고, 허리를 굽혀 일으키며 쌀이 담긴 큰 밥솥을 들어 올린다. 오전 11시에 오픈한 후 2시까지 점심 장사를 하고(이때 우리 중 한 명이 출근), 2시~3시 반까지 집으로 돌아와 밥을 먹고 휴식을 취한 다음, 곧바로 식당에 다시 간다.
4시부터 9시 반까지 다시 저녁장사가 시작된다. 저녁장사가 끝난 후 설거지, 음식물 처리, 청소 등 식당 정리를 하면 10시 반이 된다. 그러고 10시 반에 밥을 먹고 밤 11시, 12시에 엄마는 바로 뻗어 버린다.
육체노동이 생각보다 심했고, 엄마는 어깨와 손목 통증에 시달렸다. 거기다가 사장으로서의 성취감이 아닌 부담감, 책임감이 엄마에게 더 몰아서 왔다.
그렇기에 엄마는 포기를 선택했다. 사실, 이전이었으면 이렇게 쉽게 포기하는 게 어딨냐, 그럴 거면 왜 시작했냐고 엄마의 선택에 한 소리를 더했을 거다. 그런데 계속 떨어져 가는 매출, 나도 해결해 줄 수 없는 상황에 엄마의 선택을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음식점을 내놨다. 권리금도 거의 안 받는 채로.
다행히 해당 자리에 그대로 음식점으로 들어온다는 사람이 나타났고, 우린 9월에 고깃집을 완벽하게 정리했다. 그리고 시골에서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다. 1년의 짧은 시간 동안 창업과 폐업을 맞이했다.
우리 가족은 다시 뿔뿔이 흩어졌다. 각자의 삶을 그대로 살고 있다.
너무 허무한 결말에 마음이 허망할 때도 있지만, 우리는 드라마가 아닌 인생을 살고 있기에 이것을 온전히 받아들이고 있다.
그리고 짧지만 길었던 1년을 같이 살며 우리가 언제 또 이렇게 부대끼며 살 수 있을까 싶다. 그 1년을 추억으로 묻고 있다. 이젠 각자의 삶에서 서로를 응원하고 있다. 엄마와 딸 셋은 그렇게 낯선 곳에서 서로를 응원하며 하루하루 낯선 일상을 보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