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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잠바라기 Dec 11. 2023

단기아르바이트가 낫다고요?(베이비페어 알바)

아르바이트는 짧고 굵게 하자.



인생은 짧고 굵게 살자.

아니, 아르바이트는 짧고 굵게 하자!


고정 스케줄을 탈피하고 내 시간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싶어 단기 아르바이트에 발을 담갔다.


그 시작은 박람회 부스 아르바이트였다. 베이비페어로 아기용품 전시회가 크게 열렸고 난 거기서 아기매트 업체에 지원했다. 박람회 시즌에는 알바몬, 알바천국 사이트에 지원공고가 무수히 업로드되는데 조건, 업체 등 본인의 자격에 맞는 곳에 지원하면 된다.


 당시에는 지원 구직자 보다 업체에서 필요한 구직자의 수가 더 높았기에 난 첫 단기 아르바이트 지원임에도 쉽게 붙을 수 있었다.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베이비페어 아르바이트생으로서 가장 힘든 품목은 유모차와 카시트였다. 유모차와 카시트 작동법을 하루종일 3, 4일 내내 시연해야 해서 팔과 어깨가 엄청 아프다고 한다. 다행히 난 이 두 품목을 피할 수 있었다.


베이페어 기간 동안 아기 매트를 판매할 아르바이트생을 구합니다. 

1. 근무시간: 오전 10시~8시

2. 근무일: 목, 금, 토, 일

3. 지원 자격: 4일 모두 출근가능한 자

4. 급여: 최저시급


그렇게 첫날엔 1시간 더 일찍인 9시에 모였다. 나 포함 아르바이트생 4명이서 근무를 했고, 해당 업체의 과장님과 대리님도 함께 일하게 됐다. 1시간 동안 간략하게 해당 업체 매트의 강점 및 특징, 할인가 등을 교육받았다.


대략적인 소개 멘트는 이러하다.

"이 매트는 생활방수가 가능하고, 유해물질이 없는 원단이라 아기들에게 안전할 뿐만 아니라 층간소음에도 도움 됩니다. 틈새가 없어 청소에도 유용합니다. 디피용 매트는 마지막날에 추가할인을 받은 후 가져가실 수 있습니다."


오전 10시, 전시회가 오픈되고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몰려왔다. 경쟁업체의 매트도 있었지만 내가 담당한 업체의 매트가 디자인이나 기능성이 더 뛰어났다.  같이 일하는 4명은 신기하게도 합이 잘 맞았다. 나이차를 뛰어넘는 팀워크를 보였다. 가장 연장자는 31세이고 가장 최연소인 아르바이트생은 스무 살이었다.  팀워크는 중간중간 쉴 때마다 발휘한 수다 덕분일 것이다. 함께 수다에 참여하고 맛있는 간식이 떨어지지 않도록 곳간을 채워준 과장님의 숨은 노력도 돋보인다.


4명은 큰 소리를 내며 영업에 몰입했다. 내 인생 첫 영업이다. 성과는 나쁘지 않았다. 손님이 오면 매트를 설명하고, 손님이 구매를 결정하면 결제를 한다. 보통 거실 전체에 매트를 깔기에 한 번에 여러 개를 구매하게 된다. 그래서 매출은 팍팍 뛰었다.


상품의 품질과 아르바이트생의 영업력이 더해져 우리 팀은 순조롭고 평탄하게 베이비페어 부스를 진행했다. 하지만 배는 항상 순항하진 않는다. 파도에 휘청거리기도 한다.


마지막날이었다. 디피용 매트들은 첫날 오픈 2시간도 안 되어 매진되었다. 세명의 손님들이 마지막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모든 매트를 받고 돌아갔다, 매트는 이제 재고가 없는데, 다른 손님도 오신 게 아닌가. 알고 보니 소통 오류로 4명의 손님들에게 디피용 매트 예약을 받은 거였다.


해당 매트를 받기 위해 기다렸던 손님은 언성을 높였다. 손님의 반응은 당연하고 충분히 이해됐다. 그 시간을 누가 보상하리. 언성을 높이고 돌아선 손님을 급하게 과장님은 붙잡았다. 과장님은 손님께 죄송하다 거듭 말씀드리며 새 매트를 기존 할인가에 배송한다는 적절한 방안을 제시했다. 과장님의 노련함을 눈으로 보았다. 또 어떤 아르바이트생이 잘못했는지 잘잘못을 따지지 않은 대인배의 태도도 함께 목격했다. 선장의 모습이었다. 흔들리는 배는 다시 안정을 찾았다.


우스갯소리로 베이비페어나 웨딩페어를 경험하면 우리나라의 출산율과 혼인율의 저조한 수치를 의심하게 된다고 한다. 이전에는 얼마나 더 많은 가정이 방문했다는 것인가. 물론 오랫동안 베이비페어를 돌았던 과장님은 지금 매출액이 이전과 비교하면 반토막이라고 말씀하셨다.


금토일 4일 간 총 40시간의 알바는 짧고 굵게 잘 마무리되었다. 3일간 배를 운항하며 이끄는 선장의 리더십도 가까이서 관찰했고, 짧은 영업을 하며 내 평생의 직무로는 영업이 맞질 않는다는 판단도 내렸다.


단기 아르바이트의 장점은 끝이 눈앞에 보인다는 것이다. 아무리 힘들어도 이틀만 더 버티면, 하루만 더 견디면 끝이라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다. 4일간의 경험은 내 아르바이트 일대기에서 '단기 아르바이트'라는 아스팔트 길의 방향성을 명확하게 제시해 주었다.(물론, 아주 개인적인 소견이다. 다른 이에겐 고정 아르바이트가 잘 맞을 수도 있다.)


물론 매달 지원공고를 넣어야 한다는 번거로움과 내가 합격자에서 떨어질 수 있다는 불확실성이 공존한다. 하지만 익숙함이 지겨움이 되는 전환기를 벗어날 수 있고, 내가 내 시간을 선택한다는 결정권을 가지는 게 더 나았다. 그래, 아르바이트 인생을 가늘고 길게 하기보다는 짧고 굵게 해 보자. 내 아르바이트 일대기에도 큰 분기점을 맞이하는 순간이었다.





과장님을 찾습니다.

1. 엄청 쿨한 성격의 과장님

2. 미니팝콘, 닭꼬치 등 주전부리에 아끼지 않으셨던 과장님

3. 업체 유아매트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졌던 과장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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