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잠바라기 Dec 18. 2023

올리브영 단기아르바이트는 어떠냐고요?

쿠팡 보다는 쉬운 올리브영의 세계(물류포장)


올영세일은 내 지갑이 열리는 날이다.


아, 올영세일은 올리브영 세일을 말하는 것으로, 소비자들의 구매욕구를 자극시키는 날이다. 아무튼 올영세일은 내 돈을 쓰는 날이었다.


하지만 이젠 아니다. 내 지갑에 돈을 채워주는 날이 되었다. 왜? 난 올리브영 단기 아르바이트생이니깐. 난 올영세일에 소비 대신 노동을 하기로 결심했다.


올영세일 기간에는 오늘드림 등 배송량이 상당하다. 폭발적이다. 그래서 이 시즌에 단기아르바이트생을 대거 투입시킨다. 그때쯤 알바몬 공고가 눈에 띄었다.


올리브영 세일 단기 아르바이트생을 구합니다.

근무요일: 금, 토

시급: 최저시급

근무시간: 오전 8시~ 오후 12시 반 (휴게시간 30분 포함) or 오전 8시~ 오후 5시(휴게시간 1시간 포함)

지원자격: 인근거주자, 펑크 안 내시는 분


난 4시간 타임에 지원했고, 바로 출근하라는 연락을 받았다. 


물류 아르바이트는 크게 3가지로 나뉜다.

1. 피킹 - 주문번호를 출력한 후 주문 화장품 등 품목을 확인하면서 물류창고에 물품들을 찾고 담는다.

2. 패킹(포장) - 담긴 수량이 주문 영수증과 정확한지 매칭하고 물품들을 포장한다.

3. 입고(분류) - 포장완료된 건들을 색깔별로 지정된 공간에 분류한다. 분류는 배송시간대 등 다양하게 나뉜다.


올리브영 물류 단기 아르바이트의 하루는 이러하다.

 오전 8시까지 올리브영 물류센터로 출근한다. 물류 창고이다 보니 되도록이면 편안하고 더러워져도 되는 옷을 입는다. 처음엔 먼지를 마시는 게 싫어 마스크를 쓰고 다녔지만 나중에는 착용 후의 불편함이 커 마스크를 벗고 다니긴 했다.

 출근을 하면 담당자님이 피킹, 패킹, 입고 중 어떤 업무를 해야 할지 정해준다. 피킹으로 정해지면 내내 주문 물품을 찾고 그 물품을 담는다. 물류창고 안을 움직이고 물건을 들고 나르는 과정을 반복하게 된다. 물건을 꺼내고 옮기면서 손목에 무리가 오기도 한다. 오전타임이 바쁜데, 밤 사이 주문된 건들을 오전 중에 하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업무를 계속 반복하기에 업무 난도는 쉬운 편이다. 주문 품목과 수량을 정확히 확인하면 된다.


올리브영 단기 아르바이트는 장점은 이렇다.

첫째, 퇴근시간과 휴게시간을 정말 잘 지켜준다. 휴게시간은 때때로 차이가 나지만 난 보통 오전 10시에 30분의 휴게시간을 가졌다.

둘째, 혼자 일하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한다. 나에게 주어진 일을 혼자 스스로 잘 해내면 끝이 난다.

셋째, 급여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다. 다음날이 공휴일이 아니라면 내 기준으로 근무일 다음날에 급여가 바로 입금되었다.


단점은 그리 크진 않다.

첫째, 먼지가 많다는 점이고 

둘째, 손목이 약한 사람은 힘들 수도 있다.

셋째, 가끔 주문량이 적으면 재고조사를 해야 하는 일이 생겨 차라리 주문량이 많을 때가 더 다. 즉, 재고조사는 피하고 싶은 일이다.





면접으로 인해 아르바이트를 취소해야 하는 일이 생겨 담당자님과 짧은 대화를 나눈 적이 있었다. 금요일 근무를 취소해야 했고 나는 월요일에 미리 양해를 구했다. 난 항상 고용인(삯을 받고 남의 일을 해 주는 사람)의 입장에만 서 있었기에 고용주(품삯을 주고 사람을 부리는 사람)의 고충은 알 수가 없었다. 취소를 해야 하는 상황을 만들어 죄송스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었는데, 담당자님은 오히려 너무 고마워했다. 단순히 미리 말해줬기 때문에.


당일 펑크자가 많았던 거다. 악질 고용주만이 있는 세상이 아니었다.


악질 고용인도 만연하게 존재했다.


고용인과 고용주는 서로 다른 방향을 보기에 같은 길을 걷는 것이 힘들다. 서로가 서로에게 상식을 지킨다면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바라볼 것 같기도 하다. 물론 그 상식의 선이 개인마다 큰 차이가 있고 그 차이로 분열이 생길 수도 있지만 말이다.


세상에 조금의 다정함이 있길 바란다. 상대에게 권리만을 강조할 때, 내가 행해야 할 의무도 한 번쯤 생각하길 바란다. 그리고 실행하길 바란다. 그렇게 된다면 서로의 탓을 하기보다는 서로의 '덕'을 먼저 떠올리게 될지도 모른다. 서로 가야 할 길이 다른 방향일지라도 인사 한 번 건네주는 사이가 될 수 있다면, 숨 한 번 자유로이 쉴 수 있을 것 같다.





올리브영 아르바이트 담당자님을 찾습니다.

1. 안경을 착용하며 항상 나긋나긋한 말투로 대했던 담당자님

2. 가끔 마스크를 건네주는 섬세함이 있었던 담당자님

3. 굉장한 대식가였던 담당자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