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나는 약 3년 간 지방의 공공기관에서 근무를 하고 퇴사를 결정했다. 나의 적성과 맞지 않는 직무와 과중한 업무로 인한 번아웃 등이 그 이유였으나 여전히 첫 직장은 나에게 친근한 곳으로 남아있다. 그곳에서 애증의 부장님, 큰 오빠 같고 친언니 같은 사수들, 좋은 친구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그래서 언젠가 이 직장에서의 경험만큼은 꼭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컸다. 또한 잠시 인사업무를 담당했던 직원으로서 공공기관 채용에 지원하는 지원자들에게 몸으로 부딪히며 배운 정보들을 공유하기 위해 이 시리즈를 시작하려고 한다.
"채용박람회"
이 기관에 대해 알게 된 것은 우연히 지나가게 된 채용박람회 장소에서 시작되었다. 4학년 막 학기에 코트라로 채용 서류를 제출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던 중 사람들이 봉투를 하나씩 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뭐지? 싶어 보니 양재역에서 채용박람회가 열리고 있었다. 당시 청바지에 쪼리를 신고 있던 나는 선물이나 받아보자 하는 마음으로 들어갔다.
그러다 몇몇 회사에 슬쩍 내 스펙을 평가받기도 했고 잘 모르던 회사에 대해 알아가기도 했다. 한 코너를 돌았을 때 우연히 공공기관이라고 적힌 회사의 채용부스를 발견하고 들어갔다. 마침, 내 전공과 관련된 해외투자유치 업무에 채용예정이라고 했다. 5분 정도 지나고 자리를 떠나려 했을 때 담당자 두 분이 내게 말했다.
"안 바쁘면 얘기나 하다 가요"
나는 그렇게 한 시간을 앉아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담당자도 나도 서로 솔직하게 많이 터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약간의 회사 욕을 곁들인 직장인들의 넋두리와 동시에 이를 덮으려는 장밋빛 비전을 함께 들으며 회사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직원은 상담일지라는 것을 적어달라고 부탁하면서 이후에 적합한 채용 공고가 뜨면 연락을 줄 수 있다고 했다. 순진한 취준생인 나는 그 말을 믿고 회사의 공고가 뜨기만을 기다렸다.
이후 약 한 달 정도가 지난 시점에 기다리던 직무의 채용 공고가 떴지만 회사로부터 별도의 연락은 오지 않았다. '내가 자격이 없는 건가? 내가 별로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지원을 해봐도 되나 고민했다. 혹시나 싶어 회사에 전화해서 지원을 해도 괜찮은지 물어봤지만 인사 담당자가 부재중이라는 이유로 답을 들을 수 없었다. 결국 고민 끝에 일단 해보자라는 마음으로 서류를 지원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일반적인 경우, 특히나 공공기관에서는 채용에 대해 지원자에게 먼저 연락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지원자와 사전 연락은 채용비리로 연결될 수 있는 민감한 사항이다. 그렇지만 그때 당시, 인사 담당자가 아니었던 그 직원분도 취준생이던 나도 잘 몰랐기에 나온 해프닝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