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들어온 막내직원 인사드립니다
(Ch.희망) 첫 출근의 설렘과 긴장
12월 18일. 나의 첫 출근일이었다.
새로 산 까만 원피스와 까만 구두를 신고 종종걸음으로 셔틀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추운 날씨를 대비해 롱 패딩을 입고 나온 것이 천만다행이었다. 이윽고 회사에 도착해 안내 문자에 적힌 층으로 올라갔다. 채용담당자를 찾기 위해 두리번거렸으나 생각보다 많은 직원들이 출근 전이었기 때문에 사무실은 조금 썰렁해 보였다. 용기를 내 근처에 앉아계신 직원분께 다가갔다.
"안녕하세요. 오늘부터 출근하는 신입사원인데요..."
"아, 이쪽으로 와요. 팀장님, 여기 신입사원 왔네요.'
고개를 돌려보니 아저씨 한 분이 몸을 일으켜 나를 맞아주셨다. 앞으로 나의 팀장님이 되실 분이라고 하셨다. 간단한 호구조사를 당하고 있으니 인사부서 직원이 나를 데리러 왔다. 오늘 하루는 오전에 임명장 수여식을 하고 오후에 교육을 한다고 했다. 조금 있으니 나와 같은 일자에 입사하게 된 신입 차장님이 들어오셨다. 결원을 채우기 위한 수시채용이었기에 이번 채용 대상자는 나와 차장님, 둘 뿐이었다. 동기사랑을 강조하던 친구들이 생각나 아쉽기도 했지만 '동기님'이라고 불러주시는 차장님 덕분에 조금이나마 위안이 되었다.
오전 행사가 끝나고 우리는 점심을 먹기 위해 본인의 부서로 각각 이동했다. 인사 직원은 아침에 잠깐 이야기를 나누었던 팀장님에게 나를 남겨놓고 떠났는데, 그나마 얼굴이 익은 직원분이 떠나니 엄마새가 떠나는 기분이 들었다. 내가 속한 팀에는 팀장님, 과장님, 대리님 이렇게 세 분이 계셨는데 모두 180cm 언저리의 큰 남자분들이셨다. 155cm의 내가 들어가니 참으로 이상한 조합이었다.
점심은 출장 일정이 있는 대리님을 제외하고 세 명만 먹게 되었다. 맛있는 밥을 먹자며 회사 밖으로 나간 그날의 메뉴는 육개장이었다. 부장님과 과장님은 대학도 졸업하지 않고 오로지 취업을 위해 지방으로 내려온 신입사원에게 궁금한 게 많으셨고, 나는 그에 대한 답을 하느라 밥을 빨리 삼켜야 했다. 더욱이 유난히 식사 속도가 빠른 부장님의 속도에 맞추다 보니 밥을 씹기는커녕 거의 마시는 수준이 되었다. 결국, 그날 점심을 먹고 체해서 저녁에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
사실 뭔가를 먹고 싶지도 않았다. 남자들만 있는 팀에 들어간다는 게, 오늘 교육받은 내용이 머릿속에 하나도 남아있지 않다는 게, 인사를 나눈 직원들의 이름이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는 걱정들이 식욕을 대신했다. 그날 밤, 일찍 불이 꺼진 원룸은 고요했지만 나의 머릿속은 밤새 요동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