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의 등장
# 나무의 등장
서울에서 가장 우울하고 쓸쓸한 기운이 느껴진다는 강남구 음산동. 그런 좋지 않은 소문과 분위기 때문에 오래전부터 대중교통이 편리하고 집값이 싼데도 젊은 사람들이 거주하기를 꺼리는 상황이 이어졌다. 최근 부동산 관련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마당 있는 주택을 찾고 있던 신혼부부와 함께 유명 무속인을 모시고 음산동 지역의 매물을 보러 나갔는데, 신혼부부가 매우 흡족해하는 집을 찾아서 둘러보던 중 갑자기 신혼부부 두 사람의 상태가 이상해지더니 발작을 일으키며 무속인과 출연자들을 흉기로 공격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다행히 사망자는 없었지만, 당시 현장 상황이 생생하게 담긴 영상이 떠돌면서 음산동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는 더욱 강해지고 말았다. 밝고 건강한 음산동을 만들겠다며 노력하던 토박이 주민들도 이 사건을 계기로 집을 비우고 떠나기 시작했고, 그 공간은 소문처럼 어떤 사연이 있는 것 같은 어둡고 쓸쓸해 보이는 사람들로 하나둘씩 채워져 나갔다. 소문은 소문대로 커지고 변화되어 음산동은 더욱 암울한 동네로 묘사되고 있었지만, 떠난 사람들의 자리에는 또 새로운 사람들이 들어오며 그렇게 음산동의 세월도 흐르고 있었다.
음산동에도 사계절이 뚜렷했다. 봄이 오면 꽃이 피었고, 한겨울에 눈이 쌓이면 온 동네 사람들이 모두 나와 함께 눈을 쓸었다. 음산동도 그렇게 평범한 일상으로 서서히 돌아오고 있는 것 같았다. 아무도 눈을 쓸어주지 않는, 밤에 한번도 불빛이 새어 나온 적 없는, 동네 고양이들도 담을 타지 않는다는, 마을 한가운데 큰 마당이 있는 유명한 집. 서울시 강남구 음산로 29길, 바로 그 집만 뺀다면 음산동도 살기 좋은 동네 같아 보였다.
또 계절은 바뀌고 아무도 모르게 살짝 봄이 찾아왔다. 그 집 마당에도 푸릇푸릇 새싹이 피기 시작했지만 아무도 볼 수 없었다. 그런데 수년 만에 녹슨 대문이 열리고 무성한 잡초 위로 한 남자가 뚜벅뚜벅 마당 위를 걷기 시작했다. 조금 전 크게 삐걱거리는 대문 열리는 소리에 음산동 사람들이 거기로 나와서 주변을 살폈다. 대부분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지는 모습을 쉽게 믿지 못했다. 아직도 귀신이 산다는 그 집 대문을 열고 마당 위를 걷고 있다. 잠시 후 그는 차에서 삽을 들고 내려 마당 한쪽에서 땅을 파내기 시작하더니 작은 나무 한 그루를 가져와 심고 있었다.
음산동, 그 집 마당에 누군가 나무를 심고 있었다.
001 나무를 심는 남자 2/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