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루미와 고 여사
# 두루미와 고 여사
고 여사가 모처럼 가게 밖으로 나왔다.
이름은 고현정. 음산동 선술집 <두루미>의 주인장이다.
음산동의 음식점은 대부분 동네 손님 장사인데, 이곳 두루미는 오묘한 조명과 인테리어 때문에 한때 커플 데이트 코스 인스타 핫플로 많이 소개되는 바람에 유명해져서 아직도 외부에서 젊은 커플들이 많이 방문하는 편이다. 그런데 커플들 사이로 혼술하는 남자들이 항상 섞여 있는데 그들은 유독 가게 중앙 테이블을 선호하는데 술 한잔 시켜놓고 적어도 두 시간은 죽치면서 고 여사 뒷모습을 몰래 훔쳐보고 있거나 고 여사의 작은 움직임이나 의미 없는 시선에도 크게 반응하는 등 무엇인가 공통적인 요구사항이 있는 듯했다.
고 여사의 정확한 나이는 알 수 없으나 40 중반으로 알려져 있고 신체 나이는 30대 초반으로 평가받는다. 드래곤볼의 인조인간 18호가 생각나는 날카로운 눈빛과 인상적인 단발머리에 항상 이마가 도드라지도록 곱게 빗어 넘긴 머리. 화장을 거의 하지 않지만 늘 물광 낸 듯 반짝반짝 빛나는 피부, 눈과 입술에만 살짝 포인트를 주는 스타일. 키는 160cm 정도인데 작아 보이지는 않는다.
재미있는 것은 음산동 주민이나 두루미의 손님 중, 고 여사의 또래 혹은 나이가 더 있는 남자들은 그녀에게 전혀 관심이 없거나 고 여사의 눈빛이 차갑고 무섭다며 접근을 꺼리는데 이삼십대 젊은 남자들은 고 여사를 처음 보면 묘한 흥분을 느끼게 된다고 한다. 참고로 두루미에서 혼술하는 단골 죽돌이들 사이에 고 여사의 별명이 하나 있었는데 정확한 의미는 알 수 없으나 대표적인 별명은 엠피커플. 그 외에도 낡은엠피, 늙은엠피 등 누군가를 닮았거나 그 누군가를 연상시키게 하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겠다.
고 여사는 특히 종아리가 예뻐서 혼술자들의 시선은 주로 테이블 아래 위치로 향한다. 고 여사도 그런 시선을 느끼고 있는지 늘 종아리가 잘 보이는 치마를 입는데 그렇다고 짧은 치마를 좋아하지는 않는다. 많은 사람이 그녀의 종아리에 빠져들면 다른 것은 보이지도 않는다고 말하는데, 작고 아담한 엉덩이나 작은 듯 우아한 가슴 곡선도 놓쳐서는 안 되는 포인트라며 두루미 혹은 고 여사를 흠모하는 마니아들은 과하게 솔직한 방문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두루미와 고 여사의 이러한 상황은 고 여사의 매력적인 외모와 몸매, 오묘한 섹시함. 그리고 음산동 특유의 근거 없는 소문들이 결합하면서 만들어진 괴물 같은 결과물이었다. 고 여사 입장에서는 단골손님과 좋은 매출을 유지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도 있겠지만, 명확히 소문에 대해 해명하거나 부인하지는 않아서 음산동 주민들은 소문의 대부분이 사실일 거라 믿고 있는 분위기였다. 말도 많고 탈도 많지만, 누군가에게는 환상이자 희망이 되고 있던 고 여사에 대한 소문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소문 하나.
음산동 두루미라는 선술집을 지은 땅에는 수맥이 비정상적으로 꼬여 있는데, 그곳에서 2시간 이상 머물 경우 꼬인 수맥의 영향으로 본인의 심리상태나 바이오리듬에 따라 자신도 모르던 성감대가 모두 개방되는 현상을 겪게 된다. 이것은 아주 드물게 나타나는 증상으로 대부분 이 단계까지 경험하지는 못하지만, 두루미에 들어가서 메뉴판을 보는 시점부터 이유 없이 발기가 된다는 남자 손님이 많다. 이것은 수맥 때문인지 고 여사 때문인지는 아직 분석 중이다.
소문 둘.
두루미 주인장 고 여사는 어렸을 때 일본의 유명 AV 제작사에 길거리 캐스팅되어 도쿄로 건너갔으나 오랜 연습생 생활 끝에 데뷔작을 찍던 날, 연습생 시절이나 리허설할 때만 해도 아무 문제 없었던 남자 배우들이 실전에 들어가자 고 여사의 몸이 스치기만 해도 사정을 하는 바람에 촬영이 중단된 적이 있다.
소문 셋.
한국으로 돌아와 과거를 숨기고 평범하게 살아가던 중, 사랑하게 된 남자가 있었는데 안타깝게도 그 남자는 단 한 번도 그녀를 만족시켜주지 못하여 괴로워하다가 성기 확대 수술을 받던 중 마취 사고로 사망했다.
소문 넷.
결국 그 후로 고 여사는 조용히 음산동으로 와서 자리를 잡았고, 두루미에 혼자 온 남자 손님 중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가게 문 닫기 전에 어떤 신호를 보내는데 그 신호가 무엇인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그 신호를 느낀 남자는 그날 밤 두루미의 비밀 방으로 초대받게 된다.
소문 다섯.
음산동에 젊은 남자가 이사 오면 고 여사는 단 한 번이라도 그의 여자가 된다.
등…
음산동 주민답게 온갖 억지 소문이 가득한 고 여사는 소문이야 어떻든 상관없이 모처럼 가게 밖으로 나왔다. 오전 11시. 평소에는 이 시간이면 조용한 음악을 틀어놓고 가게 환기를 시킬 타이밍인데 운동복 차림으로 고 여사가 밖으로 나오자 근처 가게 아저씨들은 모두 같은 생각을 하는 눈빛이다.
‘궁금했겠지.’
‘드디어 나왔네. 드디어 나왔어.’
고 여사는 밖으로 나왔고, 멀쩡한 놈은 마당에서 쓰레기를 불태우고 있다.
002 음산동 두루미 고 여사 2/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