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부동산
# 음산부동산
음산동의 음산한 동네 분위기와는 상관없이 항상 TV가 시끄럽게 켜져 있고 동네 사람들도 편하게 오고 가는 공간 <음산 부동산>. 비교하자면 다른 지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미용실과 분위기가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언제나 활기 넘치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일상 이야기가 오고 가는 것 같지만, 음산동에 오래 머문 사람들은 이곳이 얼마나 차갑고 무서운 곳인지 한 번씩은 느꼈을 것이다. 음산동의 모든 소문은 여기서 시작되고 끝난다.
“아이고, 표 사장. 잘 지냈는가?”
이른 오후. 끼익끼익 낡은 자전거 브레이크 소리가 들리더니 음산부동산의 문을 벌컥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동네 세탁소 최 사장은 밝고 사람 좋은 알코올중독자로 오늘도 막걸리 향기 풍기며 세탁물 배달을 하던 중이었다.
“손님. 이러시면 안 됩니다. 지금은 브레이크타임입니다.”
“뭔 개소리여? 부동산에 브레이크할 일이 뭐가 있는가? 커피나 한잔 주쇼.”
“내가 지금 머리가 복잡해질락 말락 하고 있으니, 직접 타 마시든가 말든가 합시다.”
“아따 오늘 까칠하구마이. 으잉? 커피가 딱 다 떨어져부렀네. 맥심 없는가? 맥심?”
“따지지 말고 그냥 거기 모카모카나 쳐마십시다.”
“에헤이. 모카모카는 쓰레기여. 완전 쓰레기 국물이여. 물이나 한잔 주쇼.”
<음산부동산> 대표이사 표 사장. 음산동에서 태어나 한 번도 음산동을 떠난 적 없는 터줏대감이다. 특전사 출신이다, 국정원 출신이다, 사람을 죽인 적이 있다 등 온갖 소문이 돌지만, 그 누구도 표 사장 앞에서 직접 물어보거나 정확한 정보를 확인한 적은 없었다. 눈치 100단, 정치 100단으로 평가받으며 음산동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사고와 떠도는 소문에 관여하고 있는데 유난히 검은 피부와 속을 알 수 없는 눈빛으로 흑구렁이라는 별명이 있다.
“그나저나 머리는 으째 복잡해질락 말락 하는가? 무슨 일 있었는가?”
“69번지”
“69번지? 왐마 69번지! 들어보니 누가 왔다두만!”
“흠…”
“흉가도 그렇게 더러운 흉가가 없는디, 어찌 사람이 왔는가?”
“흠…”
“아니, 그런데. 어떤 놈이 들어왔길래 이렇게 신경을 쓰는가? 하긴 대굴빡이 정상이면 이런 집에는 안 들어오제잉. 완전 또라이가 오기라도 했는가?”
“아니.”
“그라믄?”
“아니. 그냥 하는 소리니까 신경 끕시다.”
“완전 또라이가 아니면, 너무 멀쩡한 놈이라도 왔는가?”
표 사장은 잠시 심각한 표정으로 최 사장을 바라보다가 귀찮은 듯 대화를 끝내고 싶어졌다.
“……”
“멀쩡한 놈도 좀 와야제. 그래야 동네가 좀 힘이 날 것 아니여?”
“지켜봅시다.”
“그라제. 표 사장이 사람 하나는 잘 보니께 어떤 놈인지 지켜보자고.”
“…”
“그나저나 젊은 놈이 왔다던디, 어떤 놈인지 또 우리 고 여사가 또 근질근질하것소!”
“…”
“이참에 고 여사 가게에도 가봐야겠구마이?”
“그나저나 최씨.”
“그렇게 무섭게 쳐다보지 마시요잉. 가던 길 갈텡께.”
“가거나 말거나 자유인데, 사투리는 제대로 쓰던지 그냥 평소대로 합시다.”
“이상허요? 완전 전라도 사람 같지 않은가?”
음산동에 멀쩡한 놈이 왔다는 소문이 돈다.
002 음산동 두루미 고 여사 1/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