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동 전입 신고식
# 음산동 전입 신고식
그 남자가 철문을 열고 나왔다. 낡은 철문은 보통 키의 성인이 그냥 지나기에도 낮았는데, 키가 큰 남자는 거의 인사하듯 허리를 숙이고 나올 수 있었다. 누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 왜 대문이 쾅쾅거리는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그는 공손한 얼굴로 새로운 보금자리의 첫 손님을 맞이했다.
“어휴. 대표님이 여기까지 오시게 했네요. 죄송해요. 연기 때문에 놀라셨죠?”
표 사장은 대수롭지 않은 것처럼 나름 밝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누가 보면 불이라도 난 줄 알겠어. 쓰레기 많이 나오면 종량제 봉투 큰 거 사서 버려야지. 이런 식으로 태우다가 진짜 신고당해, 이 사람아.”
“네네. 죄송합니다. 마당에 쓰레기가 많아서 치우다가 조금 태웠더니 이 난리가 났네요. 지금 물 부어서 끄던 중이었어요.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
“어서 잘 정리하고 마무리합시다. 119 신고 들어갔을까 봐 걱정이네.”
“네, 대표님. 빨리 정리할게요. 신경 써주셔서 고맙습니다.”
표 사장은 열린 철문 틈 사이로 마당을 살펴보다가 그에게 물었다.
“저번에 말했던 것보다 훨씬 일찍 왔는데, 이삿짐 들어오는 날도 정해졌는가?”
“아, 아닙니다. 계약은 했는데 제가 집을 아직 제대로 못 봐서 먼저 와봤습니다.”
“그러면 이사는 원래 계획대로 다음 달 초에 오는 것으로 알고 있으면 되나?”
“네네, 맞아요. 저는 지금부터 여기 왔다 갔다 정리할 것이 있겠네요.”
“그럼, 저녁에 우리 사무실에서 좀 보자고. 이야기할 것도 있고.”
“네, 대표님. 제가 약속이 있는데 외출했다가 들어와서 바로 찾아뵙겠습니다.”
표 사장이 돌아서는 순간, 그는 고 여사와 눈이 마주쳤지만 고 여사는 표 사장을 기다리는 듯 옆으로 몸을 돌리며 급히 시선을 피했다.
“고 여사, 오랜만이야.”
“어제도 봤으면서.”
“달리기하던 중 아니었나?”
“달리든 서든 알아서 할게요.”
퉁명스러운 고 여사의 답변에도 표 사장은 익숙한 듯 아무렇지 않게 고 여사를 비꼬듯 말장난을 걸었고 고 여사는 못 들은 척, 할 말을 이어갔다.
“누구 보러 가던 길이었는데, 내가 방해를 했나? 아니면 나 덕분에 빨리 확인했나?”
“시간 되시죠? 잠시 봐요.”
“어디서?”
“사장님 사무실.”
표 사장과 고 여사가 함께 걷는 모습을, 그는 가만히 바라보았다.
그리고 잠시 후 음산동이 엄청난 싸이렌 소리가 울려 퍼졌다. 누군가의 신고로 결국 소방차와 구급차가 출동했고 음산동 69번지 철문 앞은 순식간에 검은 연기와 소방차와 구급차와 상황 설명과 사과와 죄송한 마음으로 엉망이 되었다.
출동한 소방사와 구급대원들은 무당 사건 이후로 이 동네 출동은 처음인데 신고한 사람이 귀신 집에서 불이 났다고 호들갑을 떨어서 식겁했다며 추억에 잠겼고, 집주인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쓰레기 따위 태우고 싶을 때 마음껏 태우고 지내던 고향 집 마당을 그리워하며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그렇게 새 이웃은 검은 연기 기둥과 붉은 싸이렌, 무당과 귀신의 추억이 함께하는 화려한 음산동 전입 신고식을 마쳤다.
불은 꺼지고 연기가 사라지고 그도 잠시 집을 비운 사이
표 사장과 고 여사가 심각한 얼굴로 마주 앉았다.
003 전입 신고식 1/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