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3 전입 신고식 1/3

일월

by 소피

# 일월


그 남자의 전입 신고식은 소방차에서 끝나지 않았다. 어떻게 소문이 퍼졌는지 기자로 보이는 사람들이 기웃거리며 여기저기 전화를 돌리더니 잠시 후 한 방송국에서 취재진이 음산동 69번지에 들이닥쳤다. 취재진 중에서 유난히 시끄러운 사람이 하나 보였다. 담당 기자로 보이는 그녀는 현장을 정리하고 떠나던 구급대원에게 화재 오인 신고였다고 친절한 설명을 들었지만, 오히려 더욱 흥분하더니 살인사건 현장 단독 보도라도 하는 것처럼 폭주하기 시작했다.


“답답한 새끼들아. 서둘러! 불 다 꺼지기 전에! 연기 잘 보이게! 새끼들아 빨리빨리.”


귀여운 외모와는 다르게 입이 거친 여자였다. 그녀가 골목 구석으로 들어가 디스플러스 1개비를 쭉쭉 빨아들이는 동안, 카메라맨과 스텝들은 그녀의 요구대로 허둥지둥 촬영 준비를 마쳤으나 그들의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무심하게도 불은 조금씩 사그라들고 모락모락 작은 연기만 피어나고 있었다.


“선배님. 죄송합니다. 불이 다 꺼져서요. 죄송합니다.”


스텝 중 한 명이 기자에게 조심스럽게 상황을 설명하다가 귓방망이를 제대로 후려 맞고 고개를 숙였다.


“어쩌라고! 특종 그냥 놓칠 거야?! 집에 들어가서 다시 불을 피우든가! 그림을 만들어야지. 특종이라고! 특종!”


맞은 귓방망이를 어루만지던 후배가 뭐라고 어리바리했지만 결국 뒤통수까지 한 대 더 맞고 뒤로 물러났다. 선배 기자는 필터까지 타들어 가던 디스플러스 꽁초를 비벼 밟으며 옷매무새를 단정히 정리했다. 그리고 음산동 69번지의 닫힌 철문을 크게 두드리며 소리쳤다.


“실례합니다! 계세요? 천궁 TV 일월이라고 합니다. 계시나요?”


다시 철문이 열렸다. 그는 이 집의 대문을 두드린 두 번째 손님을 맞이했다. 표 사장과 소방관 구급대원의 방문으로 아직 혼란스럽고 다가오는 약속 시간 때문에 마음이 급했지만, 최대한 예의를 갖춰 대답했다.


“무슨 일이시죠? 아침에 소방서에도 확인하고 가셨고, 불도 잘 껐고 이상 없이 확인도 했습니다.”


“아, 다행이네요. 그런데 저희가 지금 현장 취재를 하러 왔는데, 잠시 말씀 나누실 수 있을까요?”


“제가 지금 급한 약속이 있어서 나가야 하거든요. 그리고 저희 집에 불 난 거 아니고요. 쓰레기 태우다가 연기가 좀 많이 났던 거에요. 취재할 일은 아닌 것 같습니다.”


“네, 저희가 죄송해요. 약속 있으시면 어서 나가보셔야죠. 그런데 저희가 전화로 몇 가지만 여쭤볼 수 있을까요? 명함 드리고 갈 테니 꼭 연락 한 번 부탁드립니다.”


천궁 TV / 일월 / 010-XXXX-XXXX


‘천궁 TV는 또 뭐야?’


그는 어쩔 수 없이 명함을 받고 문을 닫았다. 그들은 명함을 주고도 집 앞을 떠나지 않았다. 그는 정장을 갖춰 입고 집을 나섰다. 일월은 대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기분 나쁜 미소를 지으며 인사를 건넸다.


“정신없으셨을 텐데, 조심해서 다녀오시고. 꼭 연락해주세요. 일월입니다.”


그는 말없이 빠른 걸음으로 골목을 벗어났다. 집을 계약하고 나무를 한그루 심었고 집 안을 청소했고 마당에 쓰레기를 태웠을 뿐인데 온 동네가 시끄러워졌다. 다시는 마당에서 쓰레기를 태우지 않겠다고 다짐하며 택시를 기다렸다.


카카오택시가 도착하고 기사님이 미터기를 누르던 시간, 일월의 후배는 음산동 69번지의 담을 넘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후 음산동 69번에는 다시 한번 검은 연기가 피어올랐다. 일월은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마이크를 잡고 녹화를 시작했다.


“천궁 TV 일월입니다. 여러분 기억나시나요? 음산동 69에서 있었던 신혼부부의 칼부림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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