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월 이야기
# 일월 이야기
그날 밤. 자정이 지날 무렵, 유튜브 채널 ‘천궁 TV’에 새로운 콘텐츠가 업로드되었다. 천궁 TV의 최고 인기 카테고리 <일월 뉴스>의 업데이트 소식에 구독과 좋아요, 알람 설정까지 해두었던 구독자들이 실시간으로 몰려들었다. 화재 오인 신고로 상황 종료되었던 현장에서 일월은 주인 없는 집의 담을 넘었고 물까지 부어서 꺼진 불도 다시 보았던 쓰레기통에 비닐과 휘발유까지 동원해 더욱더 시꺼먼 연기가 하늘로 치솟도록 연출한 후에야 촬영을 시작했다.
일월 뉴스의 도입부는 그렇게 조작된 ‘불타오르는 음산동 69번지’에서 연기를 마시며 콜록거리는 애처로운 일월의 모습으로 시작하고 있었다. 검은 연기와 함께 피어오른 지저분한 잿가루가 그녀의 얼굴로 날아들었지만, 카메라는 오히려 그 속에서 촉촉하게 빛나는 일월의 입술을 과하게 클로즈업하고 있었다. 무속신앙 전문 채널의 뉴스 영상으로 보기에는 어색하면서도 자극적인 편집 방식이었다.
촉촉한 입술에 이어 일월의 가슴으로 이동한 화면과 상관없이 일월은 진지한 표정으로 신혼부부 칼부림 사건과 연결된 음산동의 귀신, 악령, 정령 그리고 최근 이사 온 남성과 처녀귀신에 심지어 정욕귀까지… 실제 사건 현장과는 전혀 상관없는 단어들을 쏟아내고 있었다. 하지만 구독자들은 일월이 말하는 내용에는 크게 관심이 없었다. 일월은 그들에게 무당이나 기자가 아니라 아이돌과 같은 존재로 시작했었고 천궁 TV 채널의 구독이나 콘텐츠 공유 역시 정보를 얻기 위함이 아닌 일본 성인물의 신작을 챙겨보거나 품번을 공유하는 것과 같은 행위였다.
구독자수 666만 명의 천궁 TV는 전통적인 무속신앙을 다루는 채널로 평범하게 시작했었으나 운영자였던 ‘천궁신남’의 수양딸이자 후계자를 선발하는 우주 최초 무속 오디션 프로그램 <천궁신딸>이 큰 인기를 끌면서 구독자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게 되었다. 당시 천궁신남의 수양딸이 되기 위해, 비공개 예선에 참여한 인원은 무려 1,818명으로 알려졌고 최종 열두 명의 참가자가 일월부터 십이월의 이름으로 본선에 진출하게 되었다. 본선 경쟁이 본격적으로 시작하기 전부터 크고 작은 이슈로 주목을 받았는데 특히 사전 인터뷰 형식으로 진행된 오프닝 콘텐츠는 공중파 3사를 포함한 수많은 언론 매체에서 비중 있게 다룰 정도로 논란의 중심이 되기도 했다.
[오프닝 인터뷰 즉흥 점괘]
3분 이내에 답하시오.
천궁신딸의 최종 우승자는 누구인가요?
보는 사람 입장에서는 너무나도 흥미롭고 답변이 기대될 수 있으나, 본선까지 오른 최고급 무속인들에게는 자칫 무례하거나 부담스러울 수 있었던 이 치명적인 질문지에 대해서 어떠한 의도가 숨어 있었는지 단순 작가의 궁금증이었는지는 알려진 바 없다. 하지만 더욱 충격적이었던 것은 즉흥적으로 진행된 천궁신딸 최종 우승자 점괘에서 열두 명의 참가자 모두 같은 미래를 보았던 것이었다.
그들이 보았던 같은 미래는 다음과 같다.
“
천지신령은 삼월에 있으나
사람은 일월을 품으니
모든 것은 천궁신남의 뜻이라.
“
이 답변 자체만으로도 프로그램의 결말이 노출된 것이 아니냐는 걱정 섞인 비판이 대부분이었지만, 오히려 젊은 무속인들 사이에서는 천지신령의 뜻을 거스르고 선택받을 정도의 기운을 가졌다면 천궁신남의 후계자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며 일월 후계자론 지지를 선언하기도 했다. 대규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도 다양한 주제로 댓글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으나 본선 첫 분량 공개 직후, 모든 논쟁은 중단되고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천궁신딸에 빠져들고 있었다. 주작인지 아닌지, 결과가 무엇이든 이미 중요한 것이 아니었고 궁금해할 필요도 없었다.
본선에서 열두 명의 참가자는 평가를 위해 제시된 힘든 상황 속에서도 각자의 영험한 기운과 능력으로 상상을 초월하고 현실을 뒤집어 버리는 엄청난 결과물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이런 것에 감탄할 수 있는 것은 무속인들과 동물들뿐이었다. 사람들은 처음부터 천궁신남이 누구인지, 왜 수양딸을 찾는지 따위에 관심조차 없었을 것이다. 자극적인 콘텐츠가 필요했고 논란거리가 등장했고 너도 나도 신나게 싸우다가 출연자의 모습이 공개되자 싸움을 중단하고 각자 본능에 따라 관심을 표현하고 있었다.
일월이었다. 삼월보다는 일월이었다. 가장 나이가 어리면서도 단아한 얼굴에 육감적인 몸매의 일월은 10대부터 70대 남성에게 압도적인 인기를 끌고 있었다. 평가위원단 <십이지신>의 평가 결과는 늘 삼월이 앞섰으나 시청자 투표가 합산된 최종 결과는 늘 일월의 우세였다. 그렇게 본선의 대부분이 예상대로 흘러가고 마지막 수행 평가, 천궁신딸 결승전 무대가 남게 되었다.
모두가 같은 미래를 보고 예상한 것처럼
‘천지신령은 삼월에 있으나, 사람은 일월을 품으니, 모든 것은 천궁신남의 뜻이라’ 했다.
무대 위에 남겨진 일월과 삼월.
두 사람 앞에 마지막 평가 과제가 공개되었다
주제 : 가장 음한 기운을 찾아 자신만의 방식으로 봉인하기
장소 : 음산동
주의 : 필요 시 즉시 중단 요청할 것
004 자브신 호조마귀 1/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