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산동 귀신
# 음산동 귀신
천궁신딸 결승전 일정과 과제가 확정되었다. 공지된 것처럼 천궁신딸 결승전은 유튜브 천궁 TV 생중계 예정이었다. 일반 시청자의 관심사는 매우 단순했다. 본선 진출자 모두가 보았던 그 미래는 과연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가? 하지만 언론 매체에서는 그들의 미래 따위에 관심을 보일 여유가 없었다. 사실 이 프로그램의 소재나 장르 자체가 구분하기 애매한 부분이 있다 보니, 천궁신딸 결승전에 대한 정말 다양한 카테고리의 기사가 뿌려지고 있었다.
- 삼월도 이미 알고 있다. 어우일! 어차피 우승은 일월이야.
- TV조또 너PD 천궁신딸 시즌 2 극비리에 준비 중
- 귀신 잡는 해병대? 우린 귀신 잡는 소녀들이야!
- [천궁신딸 구월을 만나다] 산신령과 부비부비하다가 탈락하고 말았죠.
- 천궁신남이 진짜 원하는 것은 딸도 제자도 아닌 바로 몸친구…
- [팩트체크] 조작된 귀신, 천궁신딸이 주작이라는 것에 내 손모가지를…
- 천궁신딸 베스트 워스트 드레서 발표 + 귀신도 홀리는 개량한복 리폼
- 69엔터테인먼트 12인조 천궁신녀 키운다. "국악 통해 섹시 한류 선도할…"
일반 시청자들 역시 이런 상황을 즐기며 그저 재미있는 귀신놀이와 일월과 삼월의 경쟁 구도에 관심사가 집중되는 사이, 평가위원단 십이지신은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심각한 논의를 이어가고 있었다. 회의 결과는 결승전이 열리기 전에 반드시 천궁신남 님께 면담 요청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십이지신이 우려하는 부분은 결승전의 장소와 마지막 평가 과제였다.
만장일치로 모인 의견 중 핵심은 '음산동은 위험하다'는 것이었다.
음산동은 지역명에서도 느낄 수 있듯이 아프고 슬픈 사연을 가진 사람들이 모이는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건 사고가 많은, 그래서 그 분위기 자체가 음산한 동네로 유명했다. 정부에서 나서 정치적으로 행정적으로 다양한 변화를 시도하기도 했지만 크게 달라지지는 않았다. 오히려 그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려던 정치인, 공무원, 사업가 등 핵심 인물들이 귀신을 만난다는 소문까지 돌면서 모두가 포기한 상태가 되었다.
사람들은 그런 소문이나 뉴스를 자주 접하지만, 자신의 일상에는 전혀 영향이 없을 남의 동네 귀신 이야기로 느낄 뿐이었다. 그저 우울한 동네에 사는 우울한 사람들이라 동정하며 살아가고 있었지만 음산동이 수백 년 전부터 귀신의 땅이었다는 사실을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하지만 천궁신남과 십이지신 등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무속인이라면 누구나 인지하고 있는 사실이었고 음산동을 대하는 방법과 주의사항은 무속인 교과서로 불리는 '무속의 정석'에도 큰 비중으로 포함되어 있을 정도였다.
음산동의 귀신은 크게 두 가지 분류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분류는 잡귀인데, 타지역에서 사람이 들어오며 함께 달고 들어오거나 음산동에서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이 되면서 만들어진 잡귀들이다. 잡귀는 음산동 귀신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개체 수로만 따진다면 99%가 잡귀로 볼 수 있다. 이런 잡귀들은 음산동이라는 행정 지역명이 확정된 이후 급증하게 되었는데 온갖 소문들로 음산동에 대한 선입견이 생기면서 건강한 사람은 음산동을 피하고, 귀신을 달고 살던 사람들은 음산동으로 더 많이 모였기 때문이었다. 지금 음산동에는 명도, 무자귀, 급식, 처녀, 총각, 제비, 꽃뱀 등 이 땅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종류의 잡귀는 기본으로 깔려 있다. 최근에는 인간의 삶에서 일어나는 불행과 불운, 그리고 수없이 많은 불만족에 대한 잡귀가 신규로 많이 유입되었다고 전해진다.
두 번째 분류는 음산동의 신령들이다. 이들은 음산동의 오랜 역사와 늘 함께하며 뿌리를 내려 온 토착세력이었다. 음산 신령의 우두머리였던 음산본향산신을 중심으로 나름 체계적 구성과 서열을 유지하며 산과 땅, 물과 터, 그리고 음산동 사람들의 일상 속의 모든 곳에 존재하며 각자가 맡은 영역에서 최고의 권위와 영험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신령의 존재와 역할은 결국 사람의 삶을 배경으로 해야 하는 것, 음산동의 신령들은 많은 문제와 고민을 품은 채 희미한 존재감으로 버티고 있었다.
보통 귀신은 사람들에게 ‘화(禍)’뿐만 아니라 ‘복(福)’을 내려주는 역할을 병행하는데 사람들은 화를 면하고 복을 얻을 수 있다고 믿으며 지역의 신령을 최대한 잘 모시고자 한다. 하지만 음산동의 신령들은 복을 내려주기에는 능력이 부족했고, 오히려 온갖 잡귀들의 횡포에 휘둘리며 더 큰 화를 만들지 않는 것으로도 버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던 것이었다.
음산동을 삶의 터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이 서서히 떠나고 죽어 결국 모두 사라지면서, 음산동에는 더 이상 자신의 행복을 바라고 마을의 평온을 기대할 여유조차 없는 그저 생명을 이어가는 의욕 없는 사람들의 땅이 되었다. 결국 음산동의 신령은 그 누구도 관심 없고 그 존재를 알고 싶어 하지도 알 필요도 없는 사람들 속에서 잊혀진 존재가 되었고, 신령들의 역할도 페이퍼컴퍼니의 바지사장이나 철밥통 공기업의 늙은 관리자와 같았다.
신령의 존재를 원하는 사람도 없었고, 오랜 세월 속에 신령이 관여할 일도 벌어지지 않았다. 그렇게 음산동은 신령의 존재가 무의미한 잡귀의 땅이 되었다. 그런 시간이 흐르던 중, 십이지신이 심각하게 걱정하며 신경이 쓰이게 하는 존재가 등장하게 되는데… 그 시점에 발생했던 크고 작은 사고들이 현재 음산동의 상황과 모두 연결되었다고 볼 수 있다.
그것은 1997년 바로 지금 이곳, 음산동 69번지에 거주하게 되었던 어느 재일교포 부부의 이삿짐에 딸려 왔던 잡귀로 알려져 있다. 호조마귀 혹은 자브신이라는 별칭으로 불렸던 이 잡귀는 한국의 다른 귀신들과는 달리 특별한…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평소에는 나체의 중년 여성의 몸으로 돌아다니지만, 공간과 시간에 따라 불규칙적으로 변신을 했다고 한다. 변신한 모습에 따라 그 능력도 변화무쌍했는데 사무실과 목욕탕에 자주 나타났고 들판이나 헛간 그리고 남학교 교실에서도 가끔 발견되었다.
이 녀석이 음산동에 자리 잡자마자 마치 전학생 주변에 양아치들이 하나둘씩 찾아와 서열을 따져보듯 주변 잡귀들과 끊임없는 충돌이 있었으나 어찌 된 일인지 신령들도 관여하기 껄끄러워하던 음산동의 상위 등급 잡귀들도 무참히 나가떨어졌는데 잡귀 중 남자 귀신들은 이상하게도 만신창이가 된 상태에서도 끝없이 호조마귀를 다시 찾았다고 전해진다.
호조마귀는 너무나 쉽게 기존 음산동 잡귀 세력을 평정하고 세력을 키우기 시작했는데, 그중에서도 서열이 높았던 남자 귀신들은 처참하게 모든 기운을 빨리며 흡수되었고 다양한 사연을 가진 여자 귀신들과 함께 세력을 키우며 더욱 강력한 변종으로 발전하게 되었다. 이후 호조마귀는 자브신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며 음산동 잡귀 서열 1위로 오르게 되었다.
귀신들 세상에서 세력 싸움과 복잡한 상황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지만 음산동의 사람들은 아무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더는 잃을 것 없고 더 이상 우울해도 이상할 것 없는 사람들의 삶은 이 신종 변종 잡귀의 놀잇감이 되었고 이것을 멀리서 지켜만 보던 음산동의 신령들은 그들의 자존심을 위해서라도 호조마귀의 폭주를 막아보고 싶었다.
일본에서 건너온 변종 잡귀 호조마귀, 자브신(JAV 神)
음산동의 신령과 자브신 사이에 어떤 일들이 있었고
그 결과가 어떠했길래 십이지신의 신경을 거슬리게 하는가?
004 자브신 호조마귀 2/3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