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노랑우비광년 001

오늘도 맑음

by 소피

#오늘도 맑음


나흘 동안 계속되던 비가 그쳤다.

모처럼 맑은 하늘이 마음에 들어 출근길이 상쾌해졌다.


최근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하고 있음을 느끼고 있다. 아침마다 버스정류장에 서서 버스가 오는 방향을 계속 보는데 회사로 가는 버스가 도착해도 모른 척 그냥 보내는 일이 자주 생기고 있었다. 지각하지 않는 선에서 가능한 가장 늦은 버스가 올 때까지 그곳을 바라본다.


버스정류장에 기다리는 사람이 생겼다.

기다리는 사람은 아침마다 우비를 입고 나타난다.


그런데

뭔가 조금 이상하다.


그녀는 맑은 날에만 나타난다.

맑고 화창한 날.

노란색 우비를 입은 채.


그녀는 버스를 기다리지 않는다.

그냥 내가 있는 버스정류장 앞을 달린다.

우비에 달린 모자까지 덮어쓰고 아주 열심히 달린다.




AM 07:08


방금 또 버스를 한 대 그냥 보냈다.


다시 시계를 본다.

7시 10분 도착 예정인 버스는 꼭 타야 한다.

초조해질 무렵 저 멀리 그녀가 보인다.


다행이다.

오늘도 그녀를 만났다.


서서히 나에게 다가온다.

나를 향해 달려오고 있다.


비가 내렸던 며칠 동안 한 번도 만나지 못했으니 닷새만이다. 안타깝게도 그녀보다 조금 더 빠른 속도로 버스가 들어오고 있다. 어쩔 수 없이 버스에 몸을 태우고 창밖으로 보이는 그녀의 옆모습을 바라본다.


오늘도 그녀는 달린다.

오늘도 그녀는 노란색 우비를 입고 달린다.


너무너무 맑고 화창한 날인데 말이다.


그래서 이상하다.

그런데 자꾸 보고 싶어서 참 이상하다.



장마노랑우비광년 002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