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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diary Jun 07. 2016

헬로우. 디아: 비컨.

잠시 쉼.



뉴욕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자리 잡고 있는 Dia: Beacon. Dia Art Foundation에서 예전의 과자공장을 개조해 만든 미술관이다. 뉴욕씨티, 그랜드 센트럴 역에서 기차를 타고 한 시간 삼십 분 남짓이면 도착하고. 가는 길에 허드슨 강변의 풍경이 펼쳐져 하루 코스로 다녀오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다. 해가 반짝거리고. 하늘이 푸르고 깨끗했던 5월 30일, 월요일. 벌써 Dia: Beacon으로의 5번째 방문길이었다.








Dia: Beacon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구조물에 있다. 실내임에도 갤러리 모든 공간이 탁 트인 구조를 취하고 있어 시각적 시원함을 느낄 수 있고. 높은 천장을 통해 들어오는 햇살이 자연스럽게 조형물 하나하나에 투영되어 날씨와 시간에 따라 또 다른 공간의 느낌을 마주할 수도 있다. 실지로 2013년도 찍은 사진들과 이번에 찍은 사진들을 대조해보니 사뭇 다른 느낌이다. 아마도 채광량 때문이지 싶다. 








널찍한 공간 덕인지 각 아티스트에게 주어진 공간은 다른 갤러리보다 훨씬 더 많아 보인다. 하여 작가의 개인전 같은 느낌도 들고. 다른 작품과 조금 떨어져 온전히 한 아티스트의 작품에 집중할 수 있는 구조는 작가 개인으로서는 Dia: Beacon이 상당히 고마운 장소일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Dia: Beacon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와 작품들은 Richard Serra의 Sculpture들과 Dan Flavin의 Lighting 작품, 그리고 Sol LeWitte의 Wall drawing이다.







특히 Sol LeWitte의 주로 작업했던 Wall drawing을 보면, 절제된 반복 속에 나름의 철저한 규칙과 논리가 담겨 있어 단순히 심플하고 미니멀하다고 평하기엔 부족하다. 간혹 '단순함이 가장 어렵다'는 말을 디자이너들 사이에서 나누기도 하는데 그 이유를 생각하자면, 단순함 속에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 자연스럽게, 하지만 합당하게 녹아들어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에서. 아마 Sol LeWitte의 작품들이 좋은 예가 되지 않을까.


나 또한 일정의 규칙을 이용한 그래픽 작업들을 한 적이 있었는데, 무엇보다 재밌고 흥미롭게 했던 작업들이었다. 보통의 이러한 작업들은 개인적인 호기심 혹은 경험에 바탕을 둔 것들이 많았고, 또 나만의 시각언어로 재창조할 수 있다는 면이 의미 있었기에 아마도 가장 나다운 작업들이라고 봐도 좋을 듯하다. 







머리가 복잡해 잠시 바람 쐬러 가고 싶었던 날이었다. 마침 Memorial Day여서 회사를 쉼도 있었지만, 오래간만에 콧바람 쐬러 여행 떠나는 기분이라 좋았던 것 같다. 생각해보니 Dia: Beacon은 2년마다 한 번씩 방문하는 듯한데, 어딘지 모르게 떠나고는 싶고 그렇다고 멀리 가기는 뭐할 때 언제나 그곳에 있어주었던 곳. 오늘로부터 2년 후면 2018년 어느 날일 텐데... 그때 즈음 나는 어디서 뭐하고 있을지 궁금하기도 하고. 내가 여전히 뉴욕에 있을지도 궁금하다. 언젠가 또 만나자 Dia.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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