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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diary Jun 08. 2016

기록의 삶.

하루일기



그간 스쳐간 무수한 생각 속에 내 스스로 놓친 것들이 분명 있을 것이다. 생각이 날 듯 말 듯. 결심을 한 듯 안 한 듯. 늘 새해가 시작하면 이루고자 하는 계획들과 바람들로 내 마음도 둥둥 뛰는 것 같은데. 이내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을 마주하면 할수록. 그 둥둥 뛰던 마음들은 이내 희미해지고 만다. 이런저런 핑계들을 마주하며 6월을 맞이했다. 아직 늦지 않았다며 — 다시 마음 둥둥거리며 6월 맞이 계획 재정립. 그래 아직 절반이나 남았어-!


나의 2016년 계획 중 하나는 기록하는 삶이었다. 끄적끄적 종이에 펜으로 일기를 쓰려니까 자꾸 까먹는다. 마음먹어도 또 까먹는다. 하여 하루 절반 손에 꼭 쥐고 다니는 스마트폰으로 기록하기로 했다. 잘 쓰는 글은 아니지만, 나에게 글을 쓴다는 것은 속풀이용 대나무 숲 같은 것이다. 퇴근길 지치고 짜증이 나는 날이면 모든 것들을 다다다다 타이핑으로 쏟아내고. 어쩌다 보게 된 마음에 드는 글귀며, 사진이며, 노래 등을 텀블러 같은 이곳저곳에 두서없이 그냥 담아둔다. 결코 다시 찾아들어가 보지 않는데, 잊지 않으려고 담아둔다. 마음이 지칠땐 내 마음이 왜 이리 시끄러운지 잠잠히 생각하며 끄적끄적 뭐라도 적기 시작하면 내 마음이 그래도 조금 다독여지는 것 같아 내겐 이것이 나름 스트레스 해소의 행위인 듯하다. 뭐 다른 이유에선 기록의 삶은 생각하면 할수록 필요한 것 같고. 이처럼 놀랍도록 같은 하루의 반복이 추후엔 어떻게 기록이 될까 싶어 몇 개의 App을 사용하고 있다. 


Moodnotes - 감정 기록일지다. Monument Valley를 만든 ustwo회사에서 개발한 app인데, 오늘 하루나의 기분을 기록할 수 있다. 기분이 좋았는지 싫었는지. 좋았으면 왜 좋았는지 어떤 감정이었는지, 꽤 자세하고 세세히 기록해 놓을 수 있다. 기록을 위해 할 일이 많을 것 같이 보여도 귀여운 인터페이스 디자인과 간단한 터치 제스쳐 등으로 재밌고 직관적으로 나의 기분을 기록할 수 있게 앱 구성 자체가 나름 잘 짜여 있다. 하여 매일 마주하는 앱이지만 질리지 않고 아직까지 재밌게 사용하고 있다. 


Moves - 사용한 지 거진 2년 여가 되어가는 것 같다. 대학원 시절 이 Moves app을 이용한 Data를 가지고 하는 프로젝트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는데. 하루하루 내가 발 디딘 '장소'에 대한 기록이 꽤 자세하게 남아서 뭔가 아무 노력 없이 꽁으로 얻는 기록일기 같기도 하고, 장소를 통해 그 날들이 때론 선명하게 기억되기도 해서 나의 하루를 data 하기에 꽤 좋은 app 같다. 또한 오늘 내가 얼마나 걷거나 뛰었는지에 대한 활동기록도 남아 나의 일일 활동량의 평균치를 알 수도 있다.


Reporter - 데이터를 이용한 시각 작업물을 주로 하는 Nicolas Feltron이 개발한 일상 기록 app이다. 니콜라스는 2005년부터 지금까지 매년 자신의 개인적 일상 기록 데이터를 이용해 애뉴얼 리포트를 발행하며 많은 디자이너들에게 영감을 주고 있고, 2011년에는 Daytum이라는 사이트를 통해 보다 많은 사람들이 본인들의 일상 기록을 한눈에 쉽고 간결하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구심점 역할을 하였다. 하지만 Daytum자체가 사용자 스스로 일일이 채워나가야 하는 부분이 많기에, Data collecting을 위한 매일매일의 습관이 되기까지는 다소 어려웠다는 점에서. 니콜라스는 Mobile 중심의 좀 더 개선된 Reporter를 내놓았다. 사용자가 원하는 순간에, 자동으로 장소, 날씨, 고도, 주변소리 정도, 그리고 걸음 수를 기록해주는 것은 편리해졌지만 여전히 기록을 채워나가는 부분은 사용자의 몫이다. 헌데 난 채워나감이 좋다. 그 순간의 기록에 집중할 수 있기때문이다. 그중 내가 가장 좋아하는 항목 중 하나는 - 현재 누구와 있는가?(Who are you with?) 그리고 오늘 배운 것은 무엇인가?(What did you learn today?)이다. 지금까지 나의 기록을 통해 보자면, 나는 '혼자 있을 적'에 기록하는 순간들이 가장 많았으며, 오늘 배운 것들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Life is not easy' 사는 것은 녹록지 않다는 것이다. 



'브런치'또한 기록의 삶을 위해 시작해 본 것이다. 하나하나 채워가다 보면 훗날 나의 30대 이야기를 추억할 수 있는 소중한 공간이 되길 소망해본다.  

 


이천십육년, 유월 칠일, 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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