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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diary May 16. 2016

뉴욕. 열 번째 해.

하루일기



꽉 채운 10년이다 - 2006년 6월, 이민가방 2개 덜렁 짊어지고 이곳 뉴욕에 온 지 이제 꼬박 꽉 채운 10년,  시간 참말로 빠르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던데. 그 말이 새삼 피부로 와 닿는 걸 보면. 수많은 기억과 사건들이 그 세월 안에 빼곡히 자리 잡고 있기 때문 일터. 누가 지나가는 말로 10년 축하파티라도 해야 하는 거 아니냐는데. '축하'라는 단어가 적절한 건지 잘 모르겠더라. 뭐 별 탈 없이 잘 지내왔으니 축하할 일이라면 축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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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참 화려하고 매력적인 도시이다.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그렇다. 어느 날 퇴근길에 유난히 반짝이는 뉴욕을 마주하기라도 한다면. 가슴이 콩닥거릴 만큼. 이 곳은 내게 (혹은 또 다른 누군가에게도) 정말 특별할 수밖에 없는 도시이다. 되돌아보니, 2006년 6월부터 2016년 지금까지. 모든 순간들이 추억이 되어 세월이란 이름으로 빼곡히 쌓여있다. 거짓말처럼 빠르게 지나버린 시간들이 마냥 아쉽거나 후회스럽지 않은 것은. 그래도 그간 열심히 살아내고 때론 버티며 견뎌준 것에 대한 보답이라 해야 하나. 예전의 무릎팍 도사가 내게 뉴욕이란?을 물어온다면, 난 주저 없이 '나의 청춘'이라 말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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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론 너무 무섭고 거대해 보여 혼자 감당하기 버거웠던 이 도시가. 이제는 어쩌면 서울보다 더 편한 나의 집 같은 도시가 되었고. 이곳에 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 맨해튼 야경을 보며 혼자 내뱉었던 그 말들을 나름 이루어내었다. 노력한 만큼, 내게 거짓말처럼 수많은 기회와 열매를 내어준 특별할 수밖에 없는 나의 청춘도시. 이 곳에서 기뻐서 울기도 많이 울었고. 힘들어서 울기도 많이 울었다. 지나고 보니 다 보물 같은 경험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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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시간들 속에서, 많은 사람들을 오며 가며 만났고. 때론 작별인사도 하지 못한 채 이별했고. 서로 각자의 길을 응원해주다 또다시 어느 날 이 곳에서 만나게 되기도 했다. 한국에 있는 친구들과는 꺄르륵거리며 서로의 생활 이야기를 주고받다가, 언젠가부터 나의 고민과 그들의 고민에 교차점이 그리 많지 않다는 것도 깨달았다. 안타깝고 슬퍼하다가, 익숙해졌다가, 외로워졌다가, 혼자 달래다가, 또 바삐 사느라 잊고 말았던 시간들. 얻은 것도 있는데 한편으로는 잃은 것도 있는 것 같은 지난 10년 — 빽빽한 빌딩 틈에서 놀랄 만큼 푸른 뉴욕의 하늘이 신기했고, 거대한 숲 같은 공원이 도시 가운데에 당연한 것처럼 자리 잡고 있어 충격이었는데, 그 설렘과 놀라움은 이제 익숙함으로 변해버린 시간.  요즘의 난, 어제와 오늘이 사실 그다지 다를 게 없는 평범한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10년이라는 세월을 거꾸로 돌아보니. 평범했던 그 하루들이 그냥 흘러간 건 아닌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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객으로 와서 잠시 공부나 하다가 돌아갈 줄 알았던 이 곳에서 헤어릴 수 없을 만큼의 많은 날들을 보내고 나니, 겨우 내가 살고 있는 집이라고 부를 수 있게 되었다. 멋모르고 꿈만 품고와 부딪히기도 많이 했지만. 마음껏 도전할 수 있었고. 처절히 실패도 해보고. 노력은 결코 배신하지 않는다는 말도 몸으로 경험할 수도 있었다. 이 감사한 마음으로 앞으로의 10년도 기대해 보고 싶다. 내가 하고 싶은 것과 할 수 있는 것들, 그리고 해내고 싶은 것들. 또 아직 경험해 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기대감 등등. 이런저런 생각들에 뭔가 마음속이 꿈틀꿈틀 거리는 느낌이다. 좋다.



이천십육년, 오월 이십이일, 일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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