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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D diary Jun 28. 2016

남들 다하는 고민.

하루일기



요즘 들어 기분이 요동친다 — 고민되는 일들이 많고, 생각의 꼬리에 꼬리를 물다 보니 어지러운 생각만 많아지고, 옳다구나! 하는 답은 모르겠고. 사는 건 역시나 쉽지 않음이야. 하며 먼산만 바라본달까. 한숨은 쉬지 않기로 했다. 더 답답해질까 봐. (그냥 필요한 과정이라 생각하자) 


뭐, 좀 더 행복하고자 하는 고민들이다. 근데 요새는 내가 추구하는 행복의 뿌리가 무얼까? 하는 것부터 시작이 된다. 이건 정말 예전하고 달라졌다. 예전에는 그냥 이렇게 저렇게 살아야지-! 하고 말았는데, 요즘은 왜 그렇게 살고 싶은 건데? 하고 혼자 되묻고는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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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돈  —  돈은 있으면 좋지만, 절대적은 아닌 것 같다. 필요 없다는 건 절대절대 아니고, 일하고 살다 보니 많던 적던 돈은 조금씩은 모인다. 뭐 그렇게 모은 돈으로 공부도 했고, 여행도 다녔고, 맛있는 것도 먹고, 하고 싶은 거, 해야 할 것들에 아끼며 쓰며 그렇게 잘 살아왔다. 돈이 차고 넘쳐, 돈걱정 하나도 안 하고 살면 어떤 기분일지 경험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지만. 암튼 지금까지 잘 살아온 것으로 보아 이 정도면 괜찮을 것 같다. 그렇다고 더 벌겠다는 의지가 없는 것은 아니다. 돈 많이 벌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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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한국에 있는 가족과 함께 도란도란 사는 삶  —  무척 그립지만, 이제는 이것도 마냥 쉽게 결정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싱글임에도 이런 고민을 하는데 아마 내 가족이라는 울타리가 생긴다면 더 쉽지 않은 결정이 될 듯하다. 아니면 오히려 반대로 더 쉬운 결정이 될 수도 있겠지. 나 혼자만을 위한 결정이 아닐 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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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뉴욕에서의 삶  —  뉴욕이 너무 좋지만 뉴욕에서 평생 살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거는 내가 뉴욕에서 있을 수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이제는 내 '선택'의 문제인 것 같다. 다달이 들어가는 집세도 이제는 너무 아깝고 아까워서 집도 사고 싶다. 근데 내가 몇 년이나 더 뉴욕에 있을지 모르겠다. 차가 있으면 주말에 드라이브도 하고 갈 수 있는 곳의 폭이 더 넓어질 것 같다. 근데 뉴욕에선 딱히 자동차가 필요하지 않다. 오히려 보험비에 주차비에 그냥 애물단지다. 언제까지 한 치 앞도 모르게, 몇 년 후를 확신할 수 없다는 이유로 계속 원하는 것들을 스킵스킵하며 살 수 있을까? 결국 미국에선 난 영원히 이방인의 마인드로 밖에 살 수 없는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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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그러면 커리어  —  지금까지의 커리어 패스를 보자면, 난 일을 통한 성취감을 얻는 것에 굉장히 큰 의미를 두고 살아왔다는 것은 틀림이 없다. 원하고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를 정확히 세워두고 그곳을 향해 열심히 정주행 해 나가는 것 자체가 도전의식도 들고, 뭔가 해낼 때마다 뿌듯했다. 그리곤, 스스로 칭찬해주고 믿어주는 법도 깨달은 것 같아 자존감도 올라가고 다 좋았다. 근데 이제는 마냥 한 곳만 보고 정진-! 할 만한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잘 모르겠다는 표현보다는 예전만큼 큰 동기부여가 되질 않는다는 것이 더 적절하겠다.

  

얼마 전 북클럽에서 받은 질문이 있다. '일해보고 싶은 꿈의 회사는 어디인가요?' 사실 적당한 곳이 생각이 나질 않았는데, 집에 와서 곰곰이 생각 보니 이미 일해본 것 같다. 미국에서 대학 졸업 후, 나의 드림컴퍼니는 국제적으로 유명한 디자인 에이젼시였다. 예컨대 IDEO, Frog, Smart Design, R/GA 같은. 그중 한 곳에서 감사하게도 디자이너라는 직함으로 2년여 동안 첫 풀타임 경력을 쌓을 수 있었던 건 지금 생각해도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다. 2009년 미국 대 경제위기와 더불어, 이미 다른 회사에서 여러 번 고배를 마신 터라, 인터뷰를 볼 때만 해도 거의 반포기 상태로 설마 이런 회사가 나 같은 유학생을 뽑겠어?라는 마음 반, 그래도 뽑아주면 진짜 잘 해내겠다는 마음 반으로 의지를 불태우며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있다. 처음에는 돈 따위는 상관없이 취직만 시켜주면 너무 감사할 것 같았는데, 다음 해에는 승진도 하고 싶고, 다른 사람이랑 똑같이 일하는 거 연봉도 더 올려주면 좋겠더라. 그리고 내가 참여한 프로젝트에 대한 애착과 크레딧 등에 대한 욕심도 생겼었다. 지나고 보니 뭔가 많은 기억들이 사실보다 더 미화되어 떠오르긴 하지만, 그래도 확실한 건 내 꿈을 이룰 수 있도록 내게 황금 같은 기회를 준 나의 꿈의 회사였다 — 첫 회사라 정신적으로 힘들기도 했지만, 정말 많이 배웠고, 외국인 노동자라고 해서 눈치 보지 말고 야금야금 내 것 내 스스로 챙겨줘야 한다는 걸 퇴직을 결심할 때에 비로소 알게 해 준 회사다.   


이제는 가고 싶은 꿈의 회사가 있다기보단 내가 스스로 더 성장할 수 있는 곳에 대한 갈망이 더 큰 것 같다. 나도 성장하고, 그런 나와 더불어 회사도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곳. 그런 회사를 알아보려면, 열심히 더 공부해야 더 많이 보일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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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연애 혹은 결혼  —  연애의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기 마련, 그 끝이 결혼이 될지 이별이 될지는 두 사람의 몫일 텐데. 연애의 끝이 이별이 되는 순간, 한 달을 만났든, 삼 년을 만났든, 그냥 남일뿐이다. 시간이 지나 받아들이면 이 또한 아무것도 아닌 건데, 그간 지내온 시간이 너무 헛헛하다는 생각이 제일 안타까운 것 같다. 그간 일하고 정신없이 커리어를 쌓는 데에 더 집중하고 살아서 그런지, 사실 결혼이라는 것에 깊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친구들은 애가 둘이요 셋이요 하는데도 그냥 나와는 알게 모르게 먼 이야기 같은 느낌이었다. 근데 이제는 내 일이 될 수도 있겠구나 싶어서. 이게 어쩌면 사람들이 말하는 때인가? 이런 생각도 해본다. 그래서 요새는 결혼과 배우자에 대해서 생각을 많이 해본다. 결혼은 불완전한 사람 둘이 만나 하나가 되도록 끊임없이 평생을 노력하는 것이라고 하는 것이라고 한다. 서로를 위해 '노력'이란 말이 새삼 좋다. 


사랑하는 이여 상처받지 않은 사랑이 어디 있으랴
추운 겨울 다 지내고 꽃 필 차례가 바로 그대 앞에 있다

 


김종해의 '그대 앞에 봄이 있다'에 한 구절이 다시 눈에 들어온다. 파도치고 바람 부는 날 다 지나서, 어서 꽃 한 송이 마주하는 날이 오길.




이천십육년, 유월 이십칠일, 월요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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