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정의가 필요한 순간
다양한 패션 이야기에서 중요성은 있지만 딱히 하지 않는 이야기가 있다.
좋은 옷이란 무엇인가? 본질적인 질문이지만 옷은 그저 옷이기에 좋아야 할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은 많지 않다. 패션은 다른 상품과는 다르게 하이테크놀로지 같은 최신기술 타이틀은 그리 매력적이지 않다. 패션에서 최신기술의 발전이 없는 건 아니다. 천연직물의 단점을 보완한 합성섬유 즉 신소재들은 계속 발전 해서 나오고 있다. 하지만 아직은 일상적인 부분에서 대체재의 영역까지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패션 고유의 특성상 소재와 원단은 매우 중요하지만, 현대사회에서 패션의 상향평준화는 좋은 원단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도록 빠르게 성장하였다. 소재와 원단의 중요도는 대부분 알고 있지만,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인 입었을 때 떨어지는 패턴, 즉 아웃핏을 만드는 과정이다. 이러한 패턴은 시대가 발전함에 따라 어느 정도의 기술적인 영역은 보완이 되고 아날로그에서 디지털 정도로 넘어오긴 하였지만 획기적으로 소비자가 느낄 정도의 체감이 되는 영역은 아니다.
패션에서의 좋은 옷은 각자의 정의가 필요하다.
누군가는 옷을 한번 사면 오래 입고, 또 누군가는 옷을 몇 번 입으면 싫증이 나 입지 않는다. 이 두 가지 스타일에서 좋은 옷의 기준은 다르다. 오래 입은 사람에게 가격대가 조금 높더라도 질이 좋고 트렌드를 크게 타지 않는 가심비 있는 옷일 것이고, 싫증이 자주 나 입지 않는 사람에게는 저렴한 가격에 나쁘지 않은 질과 트렌드를 빠르게 캐치하는 가성비 있는 옷일 것이다. 사실 패션에서의 이런 다양함은 기본값으로 정의 내릴 수가 없기에 지나가는 정도로 슬쩍 보는 것이 맞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 만큼 개인의 취향은 있기에 이러한 모든 취향을 묶어 객관적으로 정의를 내릴 순 없기 때문이다. 가심비냐 가성비냐 혹은 내가 원하는건 무엇일까? 라는 가벼운 주관적인 취향을 가지고 나만의 좋은 옷을 고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값싸고 좋은 옷은 없다?
모든 상품이 그러하지만 값싸고 좋은 옷은 존재하지 않는다. 하지만 패션에서의 가격은 상대적이다. 누군가에게는 저렴할수도 또 누군가에게는 비싸게 느껴지기도 한다. 때문에 구조적인 옷이 만들어지는 프로세스를 살펴보면 가격에 대한 나만의 정의를 내리기에 도움이 된다. 옷을 만들 때 필요한 원재료는 크게 원단과 부자재 정도이다. 여기에 옷을 만들어주는 봉제공장과 디자인에 따라 필요한 추가가공 또는 선가공을 할 수 있는 가공공장이 들어간다. 필요한 공정에 따라 공장에서 공장으로 이동해야 하고 결과물이 좋지 않다면 반복적인 공정으로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야 하며, 이 모든 공정을 한 곳에서 처리하는 회사는 많지 않다. 순수하게 원재료값을 제외하고도 각 공정별로 들어가는 비용 또한 다르며 기본적으로 수량과 난이도에 따라 가격은 다르기 때문에 생각보다 옷 한 벌 나오는 건 쉽지 않다. 추가로 원하는 원단이나 부자재가 없다면 직조 또는 제작을 하여 생산해야 하는데 이것 또한 복잡하고 비용은 필요하다
고가의 옷은 이유가 있다?
언급한 공정들은 보통 옷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간략하게 이야기한 것인데 고가이든 저가이든 대부분의 옷은 이러한 프로세스를 통해 완성된다. 단 테일러샵같이 풀핸드를 고수하는 곳은 또 다른 이야기가 되기에 이것은 추후에 기회가 된다면 이야기를 하겠다. 다시 내용으로 돌아와 이러한 프로세스를 거쳐 나온 옷들의 가격이 다른 이유는 크게 원단과 부자재 마케팅 정도이고, 공정 내에서도 차이가 나는 부분은 난이도가 높아 시간이 오래 걸리거나 특수한 기술적인 공정이 필요할 경우이다. 기본적으로 원단과 부자재가 고가일수록 공정의 시간은 늘어나고 동일한 공정이라도 원단에 따라 시간차이는 발생한다. 또한 고급 원단일수록 공정은 섬세한 작업이 필요한 전문적으로 영역으로 대량생산과는 잘 맞지 않아 생산량은 적을 수 밖에 없다. 반면 저가는 생산속도에 따라 가격이 결정되기에 속도가 관건이며, 옷은 빠르게 만들수록 저렴하다. 또한 패션은 올라갈수록 차별화되는 희소성에 무게를 두기 때문에 더 저렴하게 만들 수 있음에도 대량생산을 하여 가격을 낮추지 않거나 리오더를 하지 않는 마케팅의 영역이 있다. 이외에도 디테일하게 보자면 마감이나 부자재의 퀄리티 등 옷의 가격을 결정하는 요소는 수도 없이 많다. 브랜드기준으로 옷을 직접 보는 순간부터 모든 비용은 옷값에 포함되어 있다.
패션이 재미있는 이유는 보통의 상품들과는 다르게 비틀어 봐야 한다는 것이다. 옷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이러니하게도 굳이 좋은 옷을 찾지 않는다. 내 취향에 잘 맞는 옷이 좋은 옷이라는 걸 알기 때문이다. 나에게 잘 맞는 스타일이나 브랜드를 발견하여 호기심에 무한디깅을 하고 나만의 것으로 만드는 노력까지 한다. 더 이상 비싸다고 좋은 옷이라는 건 옛날이야기라는 것이다. 사실 옷 은 그냥 옷으로 취향이나 디테일같은건 필요가 없는 것도 틀린 말은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패션을 좋아하지만 좋은 옷에는 관심이 없는 이유는 분명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좋은 옷은 필요하다. 좋은 옷은 나의 취향이고 취향은 내가 가진 가장 좋은 무기이기 때문이다. 이제는 패션의 경계가 사라진 현대패션에서 필요하다면 좋은 패션을 즐길 수 있는, 단군이래 패션 하기 가장 좋은 시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