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 속 인문학
인간은 타자의 욕망을 욕망한다.
프랑스 철학자 자크 라캉의 욕망이론에서 나온 말이다. 유명한 격언으로 인간의 욕망을 단번에 관통하는 날것 그대로의 말이다. 욕망이 없는 인간도 존재할 수 있을까? 인간의 욕망은 각자의 방식으로 어떻게든 무엇으로든 표출된다 생각한다. 이러한 욕망을 자연스레 보여주는 건 패션 일 것이다. 특히 트렌드에 민감한 국내 패션에서의 브랜드 파워는 엄청나다.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만으로도 나의 가치를 올릴 수 있고, 이러한 선택에 있어서 타자의 욕망, 즉 나한테 어울리느냐가 먼저가 아닌 타자의 선택으로 검증이 되었으니 무조건 좋을 거라고 생각하는 패션의 역기능이다.
패션은 순기능과 역기능이 존재한다
순기능만 있을 거 같은 패션에 역기능은 생소할 수 있지만, 분명 존재하는 영역이다. 대표적으로 나의 기준이 아닌 타자의 기준에서 패션을 하는 것으로, 내가 원하는 것이 아닌 누군가의 추천이나 바이럴 마케팅, 플랫폼의 단순 판매량을 기준으로 안정적인 패션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어쩌면 현대시대 패션의 난이도를 낮추는 순기능이라고도 볼 수 있는 부분이지만, 역기능으로 부류가 되는 것은 패션 또한 상업적인 영역으로 이러한 영역에 있어서 보이지 않는 손과 조작되고 기만하는 상황 등은 어렵지 않게 접하는 시장의 흐름이고 누군가는 이러한 시장을 좌지우지하는 부분이 분명 존재하기 때문이다.
오프라인 쇼핑과 온라인 쇼핑
패션마켓의 흐름을 보자면 팬데믹 이후 오프라인 쇼핑은 계속 줄어들고 대부분의 쇼핑은 이커머스마켓으로 넘어왔다. 시대의 흐름에 따른 당연한 현상으로 패션의 순기능과 역기능 모두 성장하는 결과를 보여주었다. 오프라인 쇼핑의 시대에서는 비교군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매장에서 입어보고 만져보고 오롯이 스스로 결정하는 쇼핑을 하거나 가까운 지인의 정도의 도움을 받는다. 이것이 패션의 순기능이다. 온라인 쇼핑에서의 비교군은 무한하다. 보편적으로 옷 한 벌 구입하는데 무한한 비교군을 다 찾아보지는 않지만 최소한 구입하려는 사이트에서의 후기를 참고를 하게 된다. 오프라인 쇼핑처럼 직접 입어보고 만져볼 수 없으니 후기라는 좋은 대안으로 필터링을 만들고 난이도를 낮추기도 하지만, 무한경쟁이 기본이 시대에 불특정 다수의 후기는 언제나 솔직하고 정확할 거라는 심각한 오류를 포함한다. 또한 우연히 노출된 광고의 후기가 좋고 판매량이 높다면 우리의 욕망은 필요이상의 소비를 자연스레 하게 만든다. 이것이 패션의 역기능이다.
패션 트렌드는 어디서 오는 걸까?
보통 3대 패션쇼에서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상업적인 상품이 그러하듯 절대 알 수 없는 보이지 않은 손에서부터 시작된다. 온라인상에서 누군가의 추천과 판매량은 보이지 않는 손에서 충분히 만들어질 수 있다. 패션은 인간의 욕망을 건드리면 높은 상업적인 성과를 낼 수 있으며, 적당한 후기와 적당한 바이럴마케팅은 하나의 패션 트렌드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트렌드는 무조건 하나쯤은 있어야 할 머스트 해브 아이템을 만들고 각자의 생각과 체형이 다른 누군가의 후기는 우리 판단을 흐리게 만들어 꼭 사야 할 것 같은 욕망을 깨운다. 또한 우리의 욕망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좋다고 극찬하는 값비싼 패션아이템들은 나의 취향과 상관없이 나를 한 등급 업그레이드시켜 줄 수 있다는 확신의 착각을 만들어준다.
가진 것보다 남의 것을 더 탐내는 게 인간의 본능이다.
보이는 게 전부라고 생각하는 패션에서 개인의 욕망과 타자의 욕망은 그리 다르게 해석한다는 것 자체 또한 애매한 부분일 수도 있다. 어쩌면 같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동일한 방향으로 가고 있는 것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앞서 이야기한 내용들처럼 조심해야 할 오류는 존재한다. 이커머스마켓이 커지면 커질수록 이러한 욕망은 우리를 계속 깨우게 될 것이고, 필요이상의 소비를 하게 만들 수 있다.
역설적이게도 패션은 옷이 많아야 할 이유는 없다. 고가든 저가든 나에게 잘 맞는 옷 몇 벌이면 충분하다. 국내의 정서상 단정함을 보여주는 건 새 옷이라는 인식이 존재하지만, 패션에서는 오랫동안 입고 관리가 잘 된 나에게 최적화된 옷들이 훨씬 더 단정함과 나라는 사람을 이야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