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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 베로 Dec 13. 2023

#꿈 1-4

#꿈1 <그>

그를 다시 만나고 있다고 행복해하고 있었다. 그간은 절대 둘이 있었던 순간을 꿈꾸지는 못했던 거 같다.

그가 공모에 내보낼 어떤 것을 만들었다. 견고한 나무박스를 세워놓고 앞쪽은 뚫려있고, 아래쪽은 나지막한 나무박스가 부착되어 있는 형태였다.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장치였는데 무슨 장치인지 기억나지 않는다. 현실에서 그를 만난 적 없는 지인이자 작가 가현이와 동료 작가들이 꿈에 나왔다. 그와 나를 잘 아는 사이로 꿈에 나왔다. 그가 자전거가 없어 나는 그에게 '내 거 같이 탈래?'라고 하니 그가 그래 하고 나에게 다가왔다. 나는 앞자리를 그에게 내주려 앞자리에서 일어났다. 가현이가 그와 나 사이에서 내게 좀 더 가까이 다가와 어떻게 다시 만나게 된 거냐고 물어보았다. 그도 들렸을 정도의 위치였다. 나는 기분이 좋았던 것 같다. 나는 '글쎄 그도 나를 다시 보고 싶다 했다'라고 전했다.

자전거에서 내려 언덕을 같이 걸어 내려왔다. 작은 놀이공원이 시작되는지 신기한 음식 자판기들이 즐비했다. 주먹만큼 굵은 스파게티도 있었고 요깃거리 음식들이 투명 자판기에 있었다. 그도 왼쪽 자판기에 돈을 넣고 돌렸다. 줄사탕이 가래떡처럼 말랑말랑하게 나오고 있었다. 가현이가 옆 벽에 걸려있는 가위를 가리키며 '가위로 잘라야 돼.'라고 했고 그 사이 그는 어딘가 사라졌다. 내가 가위를 내려 사탕이 굳기 전에 세 번 잘라 네 조각을 만들었다. 그는 정말 사라졌다. 난 꿈을 깼다.


#꿈2 <불이야!>

친구와 언덕을 내려가며 길을 가고 있는데 오른쪽에 있는 빌라의 지하층에서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바로 '불이야!'라고 말하고 그곳으로 달려갔다. 안에 사람이 있는지 불러보았다. 사람들이 꽤 있었다. 사람들은 입을 가리고 밖으로 나오고 있었다. 주변에 있는 사람에게 119에 신고해 줄 것을 부탁하고  사람들이 반대방향으로 나올 수 있도록 소리를 질러 안내를 했다. 사람들은 다행히 밖으로 안전하게 빠져나왔고 119 소방대원분들이 와서 커졌던 불길을 잡았다. 옆에 있던 친구는 숏박스의 '조진세'(실제 나는 그의 팬, 그는 나를 알리 없다)였는데 나에게 뭘 그렇게 오바하냐고 했다. 오바라고?

잠에서 깨어 예전의 나는 옛 애인의 오바라는 말에 그런가 하고 한참 생각하던 것을 떠올렸다. 하지만 이제 나는 꿈에서도 상처받지 않고 '아 생각과 관점이 많이 다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화재와 사람들에 대한 염려에 내가 무척 다급하고 불안해한 것일 수도 있겠지. 그 친구는 내가 무엇이 오바라고 생각한 걸까? 도무지 모르겠는 것까지 이해하려고 하지 말자.


#꿈3 <초특급 춘천행 기차 itx와 손흥민>

초특급 춘천행 itx 기차를 탔다. 한 좌석에 20만 원이 넘는다.(실제 용산-남춘천 itx 좌석은 9,600원에서 6,700원이다. 20만 원짜리 초특급 좌석이란 없다) 즉흥연극 동료들과 이 초특급 itx를 타고 춘천으로 향할 참이다. 동료들이 이런 쾌적한 itx를 타고 춘천으로 공연을 함께 갈 수 있도록 일을 '진행'시키다니 나는 속으로 보람을 느낀다. 이제 막 용산에서 기차가 출발하려고 할 때 우리 기차칸에 손흥민이 탔다. 그것도 혼자가 아니라 한 여성분의 손을 잡고 함께 탔다. 그 여성분은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손흥민의 여자 친구였다. 손흥민이 연애를 하고 있음을 우리 초특급 VIP칸에 탄 사람들만 알게 된 것이다.(꿈속임:) 그 여성분은 편의점 알바를 하고 있다고 했다. 흥민 님이 그 여성분의 손을 잡아 확신에 찬 듯 이끌며 '괜찮아 이리 와'라고 했다! 시크한 이 연인들을 왜 편하게 해주고 싶은 마음이 내 안에서 일렁였을까?(대체 누굴 걱정하고 있는 거냐;) 나는 itx 안에서 진행자 역할을 자처했다. 손흥민의 가족분들이 준비해 준 부추전(!)을 맛있게 나눠먹으며 이 부추전처럼 쌉싸름하고 달큰한 (그리고 내 맘대로 정감 어린) 연인들이 '춘천 가는 기차'라는 일상적이면서도 (나 혼자) 낭만적인 공간을 즐길 수 있기를 바랐다. 진행자 역할을 했다가 다시 둘만의 시간을 배려했다가 (혼자) 오지랖을 떨었다. ㅋ


#꿈4 <전 직장 동료>

작년부터 좀 더 공부하고 싶은 학문이 있어 야생학습으로 공부를 하고 있는데 아카데미 공부를 제대로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의 한 켠에서 생각해 왔다. 꿈에서 드디어 그 학문을 공부하기 위해 대학원에 갔다. 강의실을 찾아 2층, 3층을 올라가고 생각보다 큰 강의실에 들어갔더니, 전 직장 동료가 있다. 내가 일할 때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알고 있었으면서도 나의 퇴사 후 투자자에게 내가 특별한 고충 없이 무난하게 퇴사했다고 말한 그 사람이었다. 이제는 그에게 내가 소중히 생각하는 '동료'라는 말을 붙이고 싶지 않다. 그는 나를 보더니 '왜 여기를 왔냐?'라고 물었다. 아니꼬워하는 그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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