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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 베로 Dec 15. 2023

요즘 꿈을 많이 꾸는 10가지 이유

1. 일찍 잔다. 일하기 싫어 일찍 잔다. 할 일들이 있는데 내일로 미루고 일찍 잔다.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나서 해야지 하며. 새벽 4시 반이면 눈이 떠지기도 한다. 그 전에 이미 꿈을 꿨다.


2. 꿈이 현실보다 재밌다. 메모를 하거나 메모가 귀찮을 때에는 꿈을 되짚어 본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지? 나에게 감탄한다.


3. 꿈 속에는 예전에 헤어진 애인, 전 직장 동료, 손흥민, BTS 등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나온다. 그들에 대한 생각이 자유롭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꿈 속이니까.


4. 깨어있을 때의 말이나 행동보다 더 내가 하고 싶은 말, 더 하고 싶은 행동을 구체적으로 할 때가 있다. 예를 들면 (꿈 속에서) 좋아하는 이의 가슴에 살짝 손을 얹는다거나 그리운 이를 불러내어 함께 산책을 한다.


작년 이맘 때 지인의 초5 아들 연극 공연을 보고 축하해줬다. 같은 공연장에 어제 가서 지인의 초3 딸 연극 공연을 보고 축하해줬다. 저녁 7시 반쯤 집에 돌아왔다. 막걸리와 과자를 먹고 일찍 잤다.


5. 꿈에서 또 전 애인과 산책을 하다가 공원 화장실에 웅크리고 있는 한 아이와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 초4 정도의 아이는 집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것저것 이야기했다. 며칠을 여기 화장실에 있었다고 한다. 지인 중에 쉼터에서 일하는 분이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남자 아이들의 쉼터도 있고, 여자 아이들의 쉼터도 있었다. 어디든 내가 바로 연락할 수 있는 곳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예전에는 어떻게 알아봐야하지라고 생각한 것 같은데. 꿈 속에서 나는 멋진 사람인 것 같다.


머리 저 편에서 내 스케쥴을 관리하는 뇌세포는 이것도 해야하고 저것도 해야한다는 것을 아주 빠른 템포로 샤샤샥 정리를 마치고 나에게 밀린 일정들을 보고하려고 한다. 그런데 보고를 접수해야할 내 뇌 앞쪽 어딘가는 멍을 때리고 있다. 일을 하겠다고 굳이 찾아와 앉은 작업실 바깥 풍경을 바라보고 있다. 나무, 마른 이파리, 검붉은 열매들을 제대로 보고 있는 건 아니고 초점이 흐린 눈으로 시선을 거기 어딘가에 고정하고 있다. 뇌 속 스피드의 불균형이 '이러느니 차라리 자라'라고 나에게 말해주는 것 같다. 그렇게 눈을 붙일 이유를 찾고 있었는데 내 뇌가 뇌 어딘가에게 또 속았다.


그렇게 눈을 감으면 6월의 벼밭이 하염없이 펼쳐진다. 벼는 침엽수처럼 뾰족히 자라오르고 빼곡히 들어찼다. 누군가의 까까머리를 가까이서 보는 것도 같고 저 멀리 들에 불길이 퍼져나가는 듯도 하다. 6월의 벼밭 같다고 했지만 색깔은 노란색이거나 붉은 색이다. 그렇게 타오르는 것들을 일몰이 사라진 수평선의 가느다란 실선빛처럼 어둠이 눌러 담는다. 이렇게 아무 생각없이 또 자도 되나 하는 생각이 스치지만 깨어나서야 내가 금새 잠들었다는 것을 알게 된다.


6. 난 지나간 시간들을 곱씹는다. 전 애인은 미련이라고 했지만 난 과거를 곱씹으며 누구를 원망하거나 나의 행동을 후회하기보다 그냥 그 때 감각을 다시 떠올리고 싶어한다. 그 때 다 느끼지 못한 감각들을 찾으려는 듯. 어떤 날을 떠올리고 싶어하며 멍을 때린다. 꿈을 꿀 때 그런 멍한 상태와 비슷하다.


7. 에너지는 많은데 웅크리고 있다.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들은 있는데 배터리가 다 되어 팔만 까딱이고 있는 곰인형이 된 거 같다.


8. 내 몸에 침투한 바이러스, 유해균들이 내가 된 것 같다. 유익균들이 전장에서 밀리고 있다.


9. 허튼 소리를 할 친구를 만나고 싶다.


10. 꿈 속에서 허튼 나를 만나면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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