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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성 베로 Apr 08. 2024

중학교 즉흥연극 수업1 - 우물

중학교 즉흥연극 첫 수업을 하고 왔습니다.

왕복 60km 내외의 강원도 지원 대안학교와 이주배경 학생들이 함께하는 학교에서 수업을 합니다.

첫수업은 학생들이 제가 하는 즉흥연극을 짐작할 수 있도록 사비를 들여 멤버들을 섭외하고 공연을 보여주는 것을 기획하여 진행했습니다. 많이 해 온 연극놀이를 하는데도 얼마나 떨리던지요^^. 학생들의 외로웠던 날들을 그림으로 받아보았는데 '사랑받고 싶어하는 욕구와 결핍', 외로움을 물어봤는데 '어렸을 때 집에 혼자 있으며 느꼈던 두려움'으로 대답하는 면이 두드러졌습니다. 중학교 학생들의 외로움 이야기를 들으며 '외로움의 원 감정은 두려움일'하는 생각을 좀 더 하게 되었습니다.   


한 학생이 자신은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는데도 왜 그런지 애정결핍이 있는 것 같다며 말해주었습니다. 학생의 이야기를 어떻게 즉흥연극으로 표현해야할까 고심하고 있을 때 동료가 먼저 무대에 나가 손으로 우물을 만들었습니다.

물을 담아도 담아도 어디 구멍이 났는지 물이 채워지지 않는다는 우물 꿈을 꾸고 나는 그 아이로 뿡야웅 태어납니다. 그렇게 연극은 시작되었습니다.

연극은 학생의 현재까지 잘 이어져 흐릅니다. 지금의 그 학생인 내 앞에 문득 꿈 속처럼 우물이 나타납니다. 우물에 물을 퍼부어도 우물에 물이 차오르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 우물에 들어갑니다. 나는 막상 우물에 들어가 무얼해야할지 몰라합니다. 우물 밖만 눈을 똥그랗게 뜨고 두리번 두리번 살핍니다. 나는 사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나를 보는 학생들을 살펴보았습니다. 호기심이 일어나는지 재밌어 하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나는 나를 가장 잘 아는 친구가 되어 우물을 채워봐야지'하고 우물처럼 쥐었던 흰 천을 내 몸에 감쌌습니다.


수업을 마치고 돌아와 복기해보니 '기왕 우물 속에 들어갔으니 우물 속을 들여다보며 어디서 물이 새는지, 바닥은 멀쩡한지 들여다 보면 좋았을텐데'하는 생각을 이제야 하게 되었습니다. 나나 학생들이나 물이 부족한 우물에 들어가서는 '우물 에 물이 있을까, 나를 채워줄 누군가가 있을까? 학생들은 이 연극을 재밌게 보고 있을까' 바깥으로 시선이 향했다는 것을 수 있었습니다.


나는 앞으로 과연 우물 속을, 우물 밖을 들락날락하며 학생의 우물을 잘 들여다볼까? 학생들은 스스로 우물 안과 밖을 잘 들락날락 할 수 있을까? 다음 수업을 준비하며 내 심장은 쿵쾅쿵쾅거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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