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준수 말하고 이동호 정리
책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가 세상에 나온 후. 공장식 축산과 지금 이대로의 육식 문화가 생명의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는 것에 많은 분들이 공감해주셨습니다. 하지만 많은 분들이 이런 결심을 실현하는 것을 어려워하셨습니다. 고기를 줄이거나 채식을 실천하는 것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그리고 좋은 고기를 먹는 것도 세상을 바꾸는 또 하나의 방법이라는 것을 책에서 말하고 싶었습니다. 저는 인간의 육식 본능을 부정하고 싶진 않습니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진짜로' 좋은 축산물을 소비했으면 좋겠습니다.
이 인터뷰를 통해 책 <돼지를 키운 채식주의자>의 심화된 내용을 담아보고 싶습니다. 가축과 인간, 인간과 자연은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가에 대한 어느 작은 목장의 고민을 함께 보아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목장의 수익률은 결국 생산량인데요. 생산량이 떨어져도 어디까지 용납할 수 있을까. 한 마리 두 마리에서 우유가 덜 나온다던가 아프다던가. 아니면 아예 우유를 생산하지 못할 때 나는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해야 할지 고민이 돼요. 축산업에서 이런 경우는 바로 도태하는 게 맞는 건데. 평촌 목장에서는 그러고 싶지 않아요. 소 한 마리의 생산량이 떨어지더라도 같이 가고 싶어요.
사실 우유가 덜 나오는 상태라는 것은 젖소에겐, 생리적인 과정이거든요. 회복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새끼를 낳은 지 1년 정도 되면 젖이 거의 나오지 않아요. 그전에 새끼를 낳아야 하는데, 다시 새끼를 낳지 못하면 목장에선 쓸모없는 소거든요.
이럴 때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 소한테 어떤 터치를 하고 약을 써서 빨리 새끼를 낳게 해서 생산성을 끌어올리는데 주력할 것인가. 아니면 새끼가 늦게 생기더라도 조금이라도 자연스러운 시간을 줄 것인가. 그렇게 했을 때 당연히 생산성이 떨어지는데, 그래도 같이 갈 것인가. 일반 축산 경영에선 “새끼 안 낳았어? 그럼 더 이상 안 되겠다. 그 성적으로는 안돼.” 이게 기본이거든요. 하지만 저는 ‘아, 얘가 새끼를 못 낳았네. 그래도 다른 소가 낳고 어쩌고 하는 새에 건강해지겠지.’하고 같이 가는 거예요. 그렇게 하다 보면 어떻게 되냐면, 소는 물론이고 우유도 더 건강해져요. 교과서에 나오는 탄수화물, 단백질, 지방 이런 개념의 영양과 다른 기준으로 좋은 우유일 거라 생각해요. 영양성분으로는 수치가 낮을 수 있어요. 하지만 좀 더 자연적이고 건강하지 않나 생각해요. 그래서 억지로 새끼를 낳게 하지 않으려 해요. 일찍 새끼가 생기는 소는 일찍 낳게 하고, 조금 늦게 생기는 소도 괜찮다.
가축을 가족같이 생각한다고 했을 때, 최소한의 태도 같은 거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목장의 우유 생산량이 줄어들어요. 비용은 그대로니까요. 그래도 평촌 목장의 기조는 그런 방향으로 가고 싶어요. 돈이 우선이 아니라 조금 더 자연스러운 동물이 되게 하는 거요.
“조그만 목장에서 그게 말이 되는 얘기냐?”라고 할 수 있는데요. 우유를 짜서 다른 가공공장에 납품하는 목장은 불가능해요. 금액이 안 맞으니까요. 우리처럼 우유를 직접 가공하는 조건에선 가능하다고 봐요. 제품 가격 자체를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이런 구조에선 이런 운영이 가능한 거 같아요.
하지만 젖소가 새끼도 못 낳고 그러면 도살장에 보내게 되는데요. 소를 키우면서 가장 마음 아프고, 안쓰러울 때가 언제냐면요. 목장에는 어떤 경우가 있냐면요. 착유를 하던 소가 종종 쓰러져요. 그러면 트럭이 와서 윈치(체인 호이스트)로 끌어다 싣고 가요. 아직 숨이 붙어있는 상태로 가는 거예요. 그럼 어떠냐면, 소는 한창 우유를 생산할 때라 젖에서 우유가 질질 새요. 제 발로 걷지도 못해요. 저는 이 모습이 제가 봐도 제일 끔찍하고 소에게 미안한 때에요. 소 입장에서 볼 때도, 그때가 가장 처참한 순간이 아닌가 생각이 들어요. 옛날 어떤 포로수용소에서 학대를 받던, 학살을 당했던 군인들, 그런 장면이 생각나요. 그래서 어떻게 하냐면요. 소가 만약 아프다면, (물론 그때마다 조금씩 달라지지만) 축사에서 죽는 소는 축사에서 죽게 해 줘요. 다른 집 같으면 바로 도축장으로 보내서 깔끔하게 처리하지만. ‘못 일어나겠어? 아파? 죽어야겠어? 그럼 너는 다른 친구들 있는데서, 며칠이 될지 모르지만 같이 앉아있어라.’라고 생각하고 축사에 앉아있게 해요. 어떻게 보면 되게 지저분하고 안 좋아 보이는데요. 그게 더 자연스럽고 그나마 낫지 않을까 싶어요.
우유는 안 나오는데 소는 건강할 때도 있어요. 그럼 이것도 도축장으로 실려갈 수 있어요. 저는 조금이라도 가족이라는 느낌이 든다면 어떤 걸 해주고 싶냐면. ‘너는 이 목장에서 젖소로써의 수명이 다 됐구나. 그러면 우유는 이제 그만 생산하고 조금 쉬다가 가라.’ 젖소가 건유(Dry Milk) 칸에서 우유를 안 짜게 되면, 몸이 약간은 치유가 돼요. 비틀거려 쓰러질 정도는 아니게 돼요. 우유는 안 나오고 몸은 좀 정신 차릴 정도로 회복이 되는 거죠. 그 기간을 주고 싶은 거예요. 결국 도축장으로 가는 건 맞는데, 우유가 줄줄 새는 상황에서 도축이 되는 것보다는 우유가 나오는 건 진정이 되고 최소한 제 발로 걸어서 도축장으로 걸어갈 수 있는 상태가 되는 게, 제 마음이 나을 것 같아요. 덜 미안한 마음이 들죠.
몇 년 동안 목장에서 수고했으니까. 며칠이라도, 몇 주라도 쉬면서 살아라. 그렇게 하고 있는 중이에요. 그런데 이게 젖소에게는 복지가 되는 건데, 농장주로서는 문제가 있죠. 마이너스 요인인 것이고, 저탄소 문제에도 문제가 있는 것이니까요. 동물복지문제가 탄소와 상충되는 부분은 있는 거 같아요. 당연히 돈도 문제고요. 하지만 젖을 짜던 소가 이 목장을 어떤 모습으로 떠나야 하는지, 그런 고민을 하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