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촌요구르트 연속 인터뷰(6)_신준수 말하고 호호동호 정리
환경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던 것은, 제가 풀무학교에 들어갈 때부터인 것 같아요. 환경에 대해 풀무학교에서 많이 배웠어요. 전공도 식량작물학과로 진학했어요. 유기 벼농사를 공부했는데 가업이 젖소를 키우는 축산업이다 보니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어요. 2000년대 들어오기 직전 농업에 신자유주의 바람이 세게 불었어요. 그러면서 농장들이 대형화되고 기계화되었어요.
젖소를 키우는 분들에게는 기후 문제보다도 낙농 자체가 사양되어가는 산업이라는 것이 더 힘들 거예요. 우유의 큰 소비층인 어린이가 줄었거든요. 과잉생산이라는 건데요. 어느 면에선 쌀 문제하고 비슷하죠. 수입 축산물이 증가하면서 국산 원유가 남게 되었거든요. 보통 소비 패턴의 변화, 소비량 감소 같은 것만 이야기되고 있는데요. 하지만 저는 기후변화로 인해서 생산 비용이 올라간 부분이 어려움을 더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축산에서 앞으로 우려되는 제일 큰 문제는 사료 수급이에요. 우리나라 축산업에 필요한 사료(건초, 곡물)가 대부분 수입산이잖아요. 현지의 기후가 안 좋으면 다음 해에 사료값이 올라가요. 기후변화는 지구 전체의 현상이니 불안정성이 커졌어요. 사료의 자급률을 높이는 수밖에 없는데, 곡물 사료는 자급률을 높이는 게 솔직히 불가능한 일이에요. 결국 축산물 생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을 거예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서도 고기나 우유 소비가 줄어야 되고, 축산물 가격이 올라가는 게 맞는 것 같아요. 비싸면 사람들도 덜 먹게 될 거고요. 하지만 정부에서 (수입을 통해) 가격이 올라가는 것을 막으니까, 소비량이 줄어들지 못하는 구조가 지속되는 것 같아요. 축산농가는 생산비를 낮추기 위해 계속해서 대형화되고요.
기후변화가 더 현실화되면서 국내에서 생산하는 풀 사료도 문제가 되고 있어요. 봄 작물 수확하고 나서 여름 작물을 시작하는 시기가 바꼈어요. 채소에 비하면 낫기는 하지만 소 풀 재배도 어렵긴 마찬가지죠. 볏짚이나 풀 사료의 생산량이 단순히 줄어든 것도 문제지만 더 큰 문제가 있다고 봐요.
작업이 전부 대형화되고, 기계화되고 보니까, 이런 기후 문제가 생겼을 때 대처 능력이 떨어지는 상황이 된 거예요. 봄, 가을에 곤포 사일리지(일명 공룡알)를 만드는데요. 작년 늦가을에 비가 많이 왔어요. 가을장마라고도 할 정도였죠. 볏짚 사일리지를 만드는 시기였는데, 이때 기계들이 논에 들어가지 못한 거예요. 올봄에 한우농가들은 난리가 났을 거예요. 소가 먹을 볏짚이 없어서요. 그래서 겨울에 꽁꽁 얼었을 때 상한 볏짚이라도 수거하느라 작업을 했었죠. 사실 옛날을 생각하면 (겨울에 볏짚을 수확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거라고 볼 수 있는데요. 지금은 기계 장비가 좋아지다 보니까 가을에 벼 수확이 끝나고 겨울비 오기 전에 다 거둬들이는 게 ‘기본’이라고 생각하게 된 게 문제인 거죠. 기후가 조금 바뀌어도 속수무책으로 무너지는 거예요. 볏짚 수거가 편해진 것이 한우농가를 기하급수로 늘리는 데 일조했을 거라고 생각해요. 최대 생산을 기본으로 설정한 것이 큰 문제로 돌아온 거예요.
젖소의 직접적인 피해는 폭염이에요. 더울 때는 우유 생산량이 감소되는데요. 더군다나 우리나라 젖소(홀스타인)가 더위에 아주 약하기 때문에 여름 나는 게 제일 힘들어요. 폭염일수가 늘고 있잖아요.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는 목장들이 줄어든 생산량을 기본으로 설정해야 된다고 생각해요.
이미 과도한 생산을 기본값으로 설정하고 있던 것이 문제겠죠. 최대치에 맞춰 동물을 키우다 보니 폭염이 조금만 와도 전체가 폐사하는 거겠죠. 적정량을 목표로 했으면, 생산량이 조금 떨어지는 정도였을 것 같아요. 지금의 축산업은 생산과 경제성이 완전 최대치에 맞춰져 있기 때문에 더 취약해요.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그냥 넘어지는 거예요. 적정한 수준을 유지했을 때 오히려 피해가 좀 적게 오는, 특히 축산 분야는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기후의 변수가 심해질수록 생산에 여유를 둬야겠죠. 축사에 입식하는 마릿수도 줄이고, 생산량도 줄여야 하고요. 하지만 그게 단순히 생산자 탓만은 아니겠죠. 낮은 마진으로 많이 생산하는 산업구조가 기후변화를 불렀을 텐데,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는 거라고 생각해요.
이제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이나 기후변화에 대한 대책을 세우는 중이잖아요. 축산업도 환경에 굉장한 과부하를 만드는 사업이기 때문에 어떤 규제를 하지 않고서는 개선이 어려울 것 같아요. 그러려면 축산 규모를 안 늘려도 농민이 살 수 있게끔 되어야겠죠. 기업화하지 않아도 어느 정도 소득이 될 수 있는. 농촌에 사는 사람들을 위한 기본적인 농민소득도 필요하고, 소농가들을 위한 그 이상의 것도 있어야 된다고 생각해요.
예를 들어, 지금 저희 축사 면적에서 대략 100마리 정도를 사육할 수 있다고 했을 때요. 지금 60마리 정도가 있거든요. 그 정도만 해도 잘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지만 한편으론 더 줄여야지 않나 싶기도 해요.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기후변화를 생각하면 더 줄이는 게 맞는데, 더 이상 줄이면 목장 경영에 문제가 생기니 쉽지는 않죠.
축산을 하기 싫은 생각이 들 때도 있어요. 저는 솔직히 축산업을 하기 싫은 사람인데요. 제가 축산을 아예 중단하면 좋겠지만, 문제는 지금은 축사 자체가 돈인 시대예요. 제가 하기 싫다고 해서 이걸 누구한테 팔면 그 사람은 아무래도 지금보다 더 많은 소를 키울 거란 말이죠. 투자한 만큼 벌어야 하니까요. 그러자면 이곳에서 100마리 분의 온실가스를 배출하게 될 텐데, 그것보다는 내가 끝까지 여기를 붙들고 한 마리라도 덜 키우는 게 기후변화를 막는 데 일조하는 게 아닌가. 지금까지는 축산이 그냥 돈 버는 것 밖에 없다고 생각했는데, 내가 무엇 때문에 여기서 축산을 하고 있어야 되는지, 최근에 생각하게 되었어요. 이게 제가 축산업을 계속할 수 있는 핑곗거리이고, 그런 생각으로 위안을 삼아요. 내가 안 한 만큼 덜 오염되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