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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구르트를 만드는 마음

평촌요구르트 연속 인터뷰(5)_신강수 말하고 호호동호 정리

by 호호동호
평촌요구르트에는 두 명의 대표가 있습니다. 목장 대표는 신준수 씨, 가공공장 대표는 신강수 씨. 두 사람은 형제입니다. 신강수 씨는 지난 20여 년간 요구르트 공장 운영을 책임져왔습니다. 인터뷰 당시, 평촌요구르트 20년 사를 너무 깊게 이야기하면 미화가 될 것 같다고 손사래를 쳤으나, 막상 인쇄물을 본 후 아름답게 써줄 것을 요청했답니다. 하지만 수정하기엔 늦었더랬지요.


평촌요구르트 레시피의 재료 비율은 20년 전에 어머니가 다 계산해서 나온 거예요. 그 뒤로 조금씩 바뀌긴 했지만. 어머니는 지금도 <알토란>(요리 방송)을 봐도 요리 레시피를 다 적는 분이에요. 요구르트 개발할 당시에도 연구를 엄청 했어요. 마트에 있는 요구르트는 다 사 오라고 준수나, 누구한테 심부름을 시켰어요. 그때 요구르트에 사과즙을 넣는다는 힌트를 얻으셨어요. 요구르트에 설탕만 넣을 땐 맛이 비려요. 사과즙이 우유의 비린맛도 잡아주면서 요구르트의 유청 분리도 줄여줬어요. 사과즙의 펙틴이 요구르트의 천연 안정제 역할도 하거든요. 밤에 우유를 저어가면서 졸면서 조금씩 계속 만들었어요. 함량을 계속 바꿔가면서요. 일일이 다 적어가면서 뭘 넣고 안 넣고, 거기서 몇 시간 발효해보고 했어요. 사과즙이랑 설탕 내 원유 비율을 그렇게 해서 맞춘 거예요. 사과도 가을 사과, 여름 사과 다 맛이 다르거든요. 우유 비린 맛이 안 나는 최적의 맛을 내는 비율로 어머니가 레시피를 만드셨어요.


2000년대 초반은 우리처럼 소규모 가공업체들이 많이 늘어났어요. 하루에도 몇 군데씩 생겼어요. 국내산 우유가 남으면서 원유가 제값을 못 받았거든요. 쿼터제도 시작됐고요. 농가 입장에선 직가공이 모험이긴 했지만 직접 가공을 해야 제값을 받을 수 있겠다는 기대가 있었어요. 자식들도 오라고 해서 만들었는데, 저도 그런 케이스예요. 저는 그때 대학 졸업하고 대전에 아는 형님 회사에서 일을 하고 있었어요. 해썹(HACCP. 생산-제조-유통의 전 과정에서 식품의 위생에 해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해요소를 분석하고, 중요관리점을 설정하여 식품의 안전을 관리하는 제도) 인증이 의무사항으로 등장을 하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어요. 해썹은 가공업체들에겐 엄청난 일이죠. 물론 우리는 아이쿱생협이라든가 유기가공 인증을 받으면서 생산, 가공에 대해서 관리를 받아 왔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면역이 돼 있었어요. 해썹 인증이 새로 시작하는 업체들한테는 엄청난 기준이거든요. 그 요건에 맞춰서 시작한다는 거는.


요구르트를 만드는 일에 대단한 의미를 가지고 하는 건 아니에요. 나 아니면 못 한다. 이런 것보다도 가족 중 누군가 맡아야 하는 하나의 일이라 생각해요. 아버지, 어머니는 지금은 한발 물러나신 거고 준수가 축사 쪽 보고 내가 가공을 한다는 생각이요. 각자 맡고 있는 분야를 하지 않으면 그걸 따로 해줄 사람이 없잖아요. 직원을 쓰는 것도 이게 어느 한 분야만 딱 맡아서 하는 게 아니고 전방위로 신경도 쓰고 야간 작업도 하고 휴일 없이 해야 되는 일이라서요.


힘들다고 느끼는 거는, 제가 일하는 시간이 대략 오후 3시부터 시작해서 다음날 저녁 7시까지 인데요. 그러면 하루 24시간에다가 한 4시간을 더 하는 건,. 중간에 서너 시간은 잔다고 쳐도 24시간 하루를 풀로 일하는 거잖아요. 육체적으로 당연히 힘들죠. 그나마 업무 강도가 그렇게 세지 않으니까 버티죠. 진짜 육체적으로 힘든 일이면 못 버티죠. 날마다 밤을 새는 일이니까요. 그래도 30대 때 밤새는 거랑, 40대 때 새는 거, 지금 40대 후반이 돼서 밤새는 거는 몸에서 느끼는 피로가 천지차예요. 30대에는 어디 가서 친구들하고 모임이 있으면 밤새고 와서도 힘들지 않게 또 밤을 새워서 요구르트 만들고 그렇게 했었는데, 지금은 그냥 평상시에 스케줄 소화하는 것도 그렇게 호락호락하지 않아요. 어디 가서 하루 놀고 왔다거나 그랬을 때는 밤새는 게 진짜로 완전 고난의 길이에요. 일의 일부를 누구에게 떼준다든지 하면 좋겠는데, 이 업무가 시간이 딱 나눠지는 일이 아니에요. 아침에 해야 되는 일도 있고 중간에 붕 떴다가 저녁에 해야 되는 일도 있고 그렇기 때문에 누구를 선뜻 고용하거나 그러기 힘든 부분이 있어요.


형제가 일을 같이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고 하는데요. 부딪히는 가장 큰 원인은 어떤 사안에 대해서 의견이 충돌하기 때문이잖아요. 근데 우리 같은 경우는 서로 고집은 세지만 일을 하는 분야가 다르니까 그렇게 큰 갈등은 없어요. 준수는 소를 키워서 젖을 짜는 데까지고, 저는 거기서 요구르트 만들어서 판매하는 부분으로 나눠하니까요.


둘 다 아주 심성이 지랄 같지는 않기 때문에 서로 마음에 들지 않는 게 있어도 그거를 굳이 표출시키지 않아요. 뭐 특별히 그렇게 부딪칠 만한 부분은 사실 없고. 그러니까 어느 정도 상대방 일에 별로 터치를 안 하니까 일단 분쟁 소지가 줄어들고, 그다음에 뭐 딱히 마음에 들지 않는 것들은 또 서로 꺼내놓지 않는. 이런 성격 덕이 조금은 있는 것 같아요.


준수는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지 모르겠는데요. 요구르트가 나만의 일도 아니고 준수만의 일도 아니고 이게 가족의 일이라서 아버지, 어머니도 그 한쪽 중심으로 있는 거예요. 그러니까 ‘에이 안 해’ 이렇게 부딪치려고 하다가도, ‘이건 가족 일이야’ 가족이 같이 하는 일이기 때문에. 만약 나 혼자 하는 일이었으면 몇 번 그만뒀을 거예요 아마. 한쪽 편에는 부모님이, 준수네도 있고, 하다 못해 직원들도 아예 신경이 안 쓰이는 건 아니고요. 저나 준수의 의사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가족이라는 그런 운명 공동체적인 그런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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