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오면서 바뀐 우리 집 동물들 이야기(1)
내가 살고 있는 집은 작은 텃밭에 자리한 작은 집. 꿀벌 이야기를 쓰고 있지만 그 이전부터 몇몇 동물이 함께 살고 있다. 동물들은 고유의 역할과 욕망으로 이곳에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닭은 닭의 영역을 형성하고, 염소는 자기의 욕망을 조용히 펼쳐가고 있다. 서로를 침범하지 않은 채. 꿀벌은 이 작은 영역에 들어온 막내다. 어느 집이든 동생이 생기면 그 동생을 중심으로 집안의 흐름이 바뀐다. 그 동물들을 차례로 소개한다.
개(알로, 4살): 멍멍이 알로는 우리 집 최고참이다. 인간을 이해하고 학습하는 알로는 이제 요물에 가까워지고 있다.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어떻게 하면 얻을 수 있는지 안다. 집을 짓기 전, 작은 땅을 빌려 농사를 짓던 때부터 우리 밭을 지켜보았다. 알로는 목장에서 태어났다. 엄마 털은 갈색인데, 일곱 형제 중 유일하게 완전 검은색으로 태어났다. 알로는 언제나 놀이가 목마르다. 오늘도 나무 데크 위에서 나를 기다린다. 데크는 출입구 바로 앞이라 나를 가장 먼저 맞이할 수 있고, 그늘이 있어 더위도 피할 수 있기 때문이다. 땅보다 1미터 정도 높아 멀리 마을 입구까지 감시할 수 있기도 하다. 알로는 데크에 앉아 멀리서 들리는 소리와 냄새를 맡는다. 귀를 쫑긋 세우고 철통 같은 감시를 하는 알로. 다리가 짧지만 허리가 길어 앉은 모습이 제법 늠름하다.
벌통은 집의 북서쪽에 붙어 있고, 그곳으로 큰 창이 있다. 집이 작다 보니 일어나면 바로 벌통이 보이는 창문이고, 벌통이 잘 보인다. 말벌이 나타나는 시기가 되면 틈틈이 벌통을 본다. 지금 막 일어난 아침이든, 이를 닦는 순간이든, 여지없이 검은등말벌이 와있다. 벌통 앞에 정지 비행을 하며 꿀벌을 노리고 있다. 동공이 커지고 맥박이 빨라진다. 칫솔을 팽개치고 꿀벌을 향해 출동한다. 데크에 누워있던 알로는 '무슨 일인데?'는 중요하지 않고 일단 나를 따라 같이 달린다. 뭐랄까, 이 무조건적인 동행. 그건 내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을 준다. 달려 알로! 하지만 좁은 계단 입구에서 맞닥뜨린 우리는 자기가 먼저 나가려고 하다가 부딪칠까 봐 서로 양보를 했다가 결국은 '빨리 비켜 이 새끼야.' 애간장은 끓고, 알로가 조금 미워지고 그러곤 한다. 땀이 조금 난다.
개는 인간보다 움직이는 사물을 보는 시력이 발달했다. 인간보다 움직이는 사물에 민감하다. 꿀벌이 처음 이사 왔을 때 알로는 꿀벌과 싸우곤 했다. 생각해 보니 알로는 그런 개였다. 지하수 관에서 뿜어져 나오는 논물을 처음 본 알로는 물과도 싸우곤 했다. 물을 향해 짖어서 위협하고 물었다. 재빠른 움직임과 붕붕 거리는 소리는 알로의 관심을 끌기엔 충분했다. 알로는 태곳적부터 생존을 위해 선조들이 갈고 닦아온 시력을 이용해 날아가는 꿀벌을 잡았다. 입으로... 개에게 손이 없다는 건 아쉬운 일이다. 알로는 물었던 꿀벌을 곧 뱉었는데, 다시는 꿀벌을 잡지 않는 걸로 보아 쏘인 게 분명해 보인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