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벌을 깨운 이때 벌통 주변으로 흔하게 보이는 게 있다. 바로 꿀벌의 똥. 꿀벌은 집에선 절대 똥을 누지 않는다. 비행을 해야만 배변을 할 수 있다. 집단으로 살아가는 생명체에겐 청결이 중요하다. 감염병을 예방하고, 장기적으로 생존에 효과적인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꿀벌은 외출을 할 때(비행을 할 때)만 배변이 가능하도록 진화한 것 같다. 우리 인간 선조들도 경험적으로 배변 장소를 집과 분리해서 두었던 것처럼. 하지만 겨울 동안 봉순이들은 바깥으로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배변을 하지 못하는 고통이 있다. 봄이 올 무렵까지 쌓이는 분뇨로 배가 빵빵해진다. 복통을 참지 못하고 월동 중이라도 바깥으로 나오는 벌도 있다고 한다. 목숨 걸고 화장실에 다녀오는 것이다. (다행히 우리 시골집에는 요강이 있더랬다)
봄벌을 깨우게 되면, 꿀벌들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배변이다. 벌 똥은 어떻게 생겼을까? 누런색 물방울이 벌통 주변 여기저기 모든 곳에 있다. 꿀을 먹고 꿀똥을 누었다는 강아지 이야기처럼, 봉순이들도 꿀만 먹으니까 찍어먹으면 당연히 꿀맛이.. 나려나? 세상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다.
세력 고르기.
겨울을 지낸 두 벌통의 세력이 달랐다. 애초에도 적은 숫자로 월동에 들어갔다. 소비(벌집) 6장을 가득 채워서 들어가야 한다는데 우린 4장을 겨우 채웠다. 가득 채운다는 것은 소비 면에 꿀벌이 바글바글 붙어있는 것을 말한다. 꼭 월동이 아니더라도 평소에도 꿀벌들이 듬성듬성 흩어져있는 정도라면 면적을 줄여 득실득실하게 해주어야 한다. 서식 밀도가 높아야 청소를 꼼꼼히 할 수 있고 병에도 강해진다.
두 통 중에 하나는 더 많은 수가 죽었다. 각각 4장과 2장이 남았다. 단순 계산으로 두 배 차이가 난다. 이럴 때는 각자의 운명이려니 하고 그냥 둘 수도 있다. 하지만 세력 고르기를 해줄 수도 있다. 벌집 한 장을 통째로 약한 봉군에 옮겨주는 것이다. 원래라면 서로의 냄새가 다르기 때문에 치고받는 싸움을 해야 하는데, 이때는 냄새가 없어 괜찮다고 한다. 인간으로 치면 옆 학교로 전학 갈 수 있는 프리 패스 기간이다. 하지만 여왕벌이 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한 벌통 안에 두 마리 여왕이 있을 수 없다.
벌들이 물을 마시러 바깥으로 나올 필요가 없도록 물통을 설치해 주면서 봄벌 깨우기를 마무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