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을 읽고
이번 주 홍성군은 제1회 글로벌 바베큐 페스티벌(이하 ‘바베큐 축제’)을 개최한다. 이 축제는 2019년 개최를 예정했으나, 당시 ‘아프리카돼지열병’이 유행하면서 전파 예방을 위해 취소되었다. 그로부터 4년을 기다려온, 홍성의 ‘우수한’ 축산물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축제가 드디어 열린다. 영광스럽게도 홍성은 글로벌 축제를 여럿 개최하고 있다. 조금 뜬금없다고 생각했던 다른 글로벌 축제에 비해 바베큐 축제는 홍성과 연관이 있다. 홍성에서 키우는 가축 중 돼지만 60만 마리. 홍성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축산군으로서 이번 축제에 최소한의 맥락은 있다.
군은 축제 흥행을 위해 유명 기업가와 협업했다. 백종원 씨의 ‘힘’으로 예산시장은 주말이면 사람이 가득해졌다. 물론 예산시장 사례는 당초 기대했던 지역 활성화보다는 기업 브랜드만 강화시켰다는 평가가 있지만, 홍성은 반면교사 삼으리라 믿는다. 하지만 이번 바베큐 축제가 홍성을 또다시 도시민들을 위한 생산기지로서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같아 서글픈 마음이 든다.
바베큐 축제 기획단은 성공의 핵심을 ‘저렴한 고깃값’으로 꼽았다. 주민의 입장이 축제에 담겼더라면 저렴함이 성공의 목표가 되면 안 됐다. 홍성 주민들이 축산으로 고통받는 일은 하루 이틀 일이 아니다. 축산 악취가 홍성의 일 순위 민원이 아니었던가. 도시민들의 ‘저렴한 고기’를 위해 주민들은 얼마나 많은 고통을 감내하며 살아왔는가. 박리다매성 생산방식, 그 유명한 공장식 축산 말이다.
저렴함을 홍성 축산물의 ‘우수함'으로 소환했다는 점에서 책 ⟪값싼 음식의 실제 가격⟫을 꺼내 읽게 되었다. 책의 저자는 농업 정책과 식품 체계 등을 연구하는 사회학 교수이다. 책은 소비자들이 가격표로만 마주하는 식품이 포함하지 않은 실제 가치에 대해 이야기한다. 단순히 축산인과 비축산인의 편 가르기를 넘어, 생산자도 소비자도 모두가 패자가 되는 값싼 식품을 양산하는 체계를 말한다.
책은 저자가 식량안보 토론장에서 만난 어느 패널의 말로 시작한다. “제 관심사는 세상 사람들을 먹여 살리는 겁니다. 그러려면 많은 식품을 가능한 한 저렴하고 효율적으로 생산해야죠. 대체 왜 저가 식품에 불만을 품는 거죠?” 이 말은 현행 식품체계가 말하는 핵심 논리다. 바베큐 축제 기획자의 말이기도 하다. 이에 책은 말한다. “저가 식품은 현행 식품체계 지지자들에게는, 궁지에 몰리면 언제든 꺼내들 수 있는 마지막 으뜸 패다. 하지만 현행 식품 체계에서 생산되는 저가 식품은 실제로는 매우 비싸다.” 값싼 식품은 가격표에 포함되지 않은 비용을 사회에서 지불하게 하고, 세금으로 값을 치른다. 주변 땅값이 떨어지고, 막대한 보건 비용이 발생한다. 환경오염으로 미래 세대에게 값을 지불하게 한다. 홍성이 그 증거 자체 아닌가.
2019년 바베큐 축제는 가축 전염병으로 취소가 되었다. 사람들이 와야 하는 축제와 전염병은 공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올해도 축제를 앞두고 새로운 전염병으로 뉴스가 떠들썩하다. 럼피스킨병은 소에게 발생하는 피부병이다. 축제 기획단 입장에서 다행스럽게도 럼피스킨병은 모기를 통해 전파되는 병이다. 하지만 홍성이 놓치지 말아야 할 점은 작은 행운이 아니다.
럼피스킨병의 국가 간 전파 경로는 평행 이론처럼 아프리카돼지열병과 유사하다. 기후위기로 질병이 전파된 경로 그대로다. 가축 전염병은 앞으로 더 빈번하게 발생할 것이다. 가축 전염병은 언제나 인수공통병으로 넘어올 행운을 기다린다. 한반도가 점점 열대화 됨에 따라 모기 매개 유행병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질병관리청은 모기를 감염병에 가장 위험한 곤충으로 꼽는다. 성경에서 읽었던 모세의 열 가지 재앙 이야기가 지금, 현실에서 벌어지고 있다. 축산도시 홍성은 축제가 아니라 전염병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 책에서 힌트를 얻자면 질병에 대비하는 방법은 지금의 저가 식품 체계를 바꾸는 데서 시작한다. 저자의 말처럼, 공동체 파괴와 항생제 오남용으로 발생하는 슈퍼박테리아, 지하수 오염, 해충, 악취의 고리를 끊는 것이다.
“세계 제일의 육류 소비국 덴마크(1인당 95킬로그램 소비)에서는 치료 목적 외에 항생제 투여를 금지했다. 그러자 어린 돼지들이 젖을 뗀 뒤 설사를 일으키는 문제와 마주했다. 어린 돼지들의 사망률이 증가했다. 하지만 덴마크 양돈산업은 이 문제에 강화된 구조 조정 및 경영 혁신으로 응답했다. 예를 들어 젖먹이 기간을 늘리고, 개별 동물들에게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하며, 수의학적 분석을 늘렸다. 이러한 조치는 덴마크 돼지고기 도매가를 킬로그램 당 약 10센트씩 비싸게 만들었다. 나는 이것이 돼지고기의 진짜 가격을 올려놓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격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었다. 우리가 지금 지불하는 가격이 훨씬 덜 사회화되었을 뿐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비싸지 않은 식품이다. 적정가에 구입할 수 있고, 일정한 능력을 제공하는 식품이 필요하다. 식품 논쟁 주제를 저렴한 가격에서 가격 적정성으로 바꾸어야 한다.”
*참고로 덴마크는 2016년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육류세를 도입했다.